여행/23 유럽 배낭여행

2. 로마 #2 - 동행

saei joo 2023. 8. 2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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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7. 12
 
이른 새벽에 일어났다.
 
간밤에 다른 사람들이 늦게 들어와서 웅성댄 탓에 잠깐씩 깨긴 했지만, 그런 것 치곤 개운했다.
 

일어나자마자 날씨를 확인했다. 화면에 떡하니 보이는 '보통 고온 경보'가 벌써부터 두렵다.

 

화장실 베란다?에서 본 호스텔의 모습.. 아직까지도 이런 모습이 어색하기만 하다.
 
사실 이 호스텔에서 4박을 할 예정이지만 3박을 따로 예약해서 어째야 되나 카운터에 물어봤는데,
직원분들이 일단 체크아웃 후 짐을 맡기고 3시 후에 다시 체크인을 하라고 했다.
 
 
짐을 맡기고 무작정 일단 밖으로 향한다.
 
어제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던 이국적인 건물 풍경들이 눈에 띄인다.


 
정말 단순히 평범한 건물들이지만.. 이런 건물들이 늘어져 있다는 것 자체로도 멋있어서
"이게 유럽이지!!!!!!" 하면서 사진을 마구 찍어댔다.
 
오늘은 콜로세움, 바티칸 이런 어마어마한 랜드마크들을 탐방하기보단
시간도 넉넉하니 그냥 로마 시내를 둘러보면서 이곳 저곳 다니기로 했다.
 

테베레 강.


테베레 강의 모습이다. 물이 맑지는 않지만 나는 어째 이런 강들을 보면 마음이 정화되는 느낌이다.

 

먼저 가까운 판테온을 방문하기 전에, 가까운 가게에서 아침으로 빵을 몇개 샀다.

유럽이나 미국에서 파는 물병은 재질이 살짝 다르다고 들었는데, 실제로 물병 용기가 얇아서 종잇장마냥 구겨질 것 같았다.
 
 

오밀조밀한 건물들 사이를 지나다 보니 어느새 위엄 있는 판테온의 모습이 드러났다.
 
책이나 티비에서나 보던 웅장한 건축물이 실제로 내 눈앞에 있다는게 믿기지가 않았다.
 
막상 와보니 대기줄이 좀 있고, 또 겉보기만로도 충분히 멋진 것 같아서 안에 딱히 들어가보진 않았다.
 
그래서 그냥 앞에 오벨리스크 분수 앞에 앉아 사온 빵을 먹고 있는데,

관리 직원인지 경찰인지 (아마 경찰이었던 듯) 여기서 음식 먹지 말라고 해서 그대로 빵 들고 다른 곳으로 향했다..
장발장이 된 느낌ㅠ
 

앉아있을 곳을 찾다가 어차피 가기로 했었던 근처의 나보나 광장으로 향했다. 
 

와보니 무슨 화보 촬영 비스무리한 걸 하고 있었다. 전문가들 포스;;

 

광장 안에 위치한 피우미 분수의 모습.


광장 구경좀 하다가 벤치에 앉아서 아침을 마저 먹고 있는데 한 흑인 꼬마애가 나한테 말을 걸었다.
 
종이를 보여주면서 여기 쓰여진 데에 가야되는데, 폰으로 경로를 검색해줄수 있냐는 거였다.
 
찾아보니 무슨 차로 두시간이 넘게 걸리는 데고.. 이게 맞나 싶으면서도 알려줬는데,
 
내 폰에 나온 소요 시간을 보더니 절망하더니 고맙다며 다시 갈길을 갔다.
 
로마 호객꾼이나 소매치기에 대해 들은게 있어서 처음엔 좀 경계했는데 정말로 길이 궁금했던 모양이었다.
 
왜 가는지 물어봐도 영어를 잘 못하는 것인지 대답을 들을 수가 없었지만,

어쨌든 잘 찾아갔길 바란다. 내가 알려준 건 내 생각에도 별 도움이 안된거 같긴 한데..
 
 
나도 다시 일어나 옆의 아고네 성당을 구경하러 들어갔다.
 

처음 와본 유럽의 성당. 규모가 크진 않았지만 안에 있는 조각이나 양식들이 정말 화려했다.
 
다만 나는 성당이나 교회를 다니지 않아서 한국의 그것과는 비교를 못하겠고.. 그 이상으로 크게 감상하진 못했다.
 

친절하게도 4개국어로 설명이 나와 있다.


조각마다 이렇게 언어별로 설명이 쓰여있었는데, 이해를 해도 역시나 음..! 그렇군..! 정도에서 그치고 말았다. ㅎㅎ;;
 
 
성당을 다 구경하고 큰길 쪽으로 나와서 걷고 있는데, 한 이층짜리 서점이 눈에 띄여서 더위도 식힐 겸 들어가봤다.
 
이곳은 La Feltrinelli 라는 서점 체인인데, 지점이 많은 탓에 이때 이후에도 이탈리아에서 쉽게 볼 수 있었다. 

네이버에서 연재한 웹툰 후레자식.
외국에서 출판까지 됐나보다. 

무슨 책인진 모르겠는데 BTS가 눈에 띄여서 찍었다. 확실히 인기가 어마어마한듯..

대부분이 이탈리아어라 딱히 책을 볼 수 있진 않았지만 규모가 엄청 커서 한번 가보면 좋을 듯 하다.
 
 

시내 중앙에 있던 한 유적지다. 구글맵에 고양이 서식지라 뜨길래 한바퀴 빙 둘러봤는데 고양이는 보이지도 않았다.
 
 

근처에 위치한 예수회(IHS) 성당. 이름은 제수 성당(Chiesa del Gesu)이다.
 
사실 로마에는 수많은 미술관, 궁전, 성당 등등이 있어서 굳이 볼만한 데를 가려고 한참 걷고 할 필요가 없었다.
그냥 걷다보면 이런 곳들이 계속 나왔다..
 

들어가자마자 있는 경고문. 민소매와 반바지는 허용되지 않는 듯 했다.
 

성당 안쪽의 모습. 큰 규모는 아니지만 내부 전체가 정말 화려하고 장엄한 모습이었다.
 
특히 놀라웠던 건 천장에 위치한 조각들인데, 처음엔 그냥 그림인 줄 알았는데 그림자가 져있는 걸 보고 깜짝 놀랐다.

 

자세히 보면 천장에 조각이 되어 있어 그림자가 져 있다.

건축이나 미술에 대해선 아는게 없지만.. 이 제수 성당이 로마 바로크 양식 건물 중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는데 저절로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 
 
 
한참동안 안에 있다가 나왔는데 전시회를 하고 있길래 들어가봤다.
 

전시회가 열리는 건물인 Palazzo Bonaparte는 예전에 나폴레옹의 어머니가 거주하던 궁전이라고 한다.
 
제목 Sembra Vivo는 진짜처럼 보인다? 이런 뜻이었던듯.

별 기대없이 들어간 건데, 생각보다 특이한 작품들도 많고 설명도 자세해서 구경하기 좋았다.
 
 
전시회장을 나오자마자 엄청난 더위가 날 맞이했다.
 
딱 정오였는데, 거리는 사람들로 붐비고 날씨는 쪄 죽고.. 혼절할거 같아서 젤라또 하나 사먹고 점심을 먹으려 가려 했다.
 

좀 걸어서 도착한 유명 젤라또 가게 지올리띠(Giolitti). 레몬 맛하고.. 오렌지 맛이었던 것 같다.

점심 먹을 가게를 찾으러 어쩌다보니 다시 판테온 쪽으로 돌아왔다.
 
이곳엔 식수대가 있었는데, 많은 사람들이 덥다보니 줄을 서서 물을 담고 있었다.
 
식수대가 좀 오래되어 보이는 것과는 달리 굉장히 시원했다.
 

나보나 광장 근처의 쿨 데 삭(Cul de Sac)이라는 가게에 왔다.
 
한국인한테 소꼬리찜 맛집이라고 유명하다길래 왔는데, 실제로 종업원분이 한국말로 "소꼬리찜"이라며 설명을 해줬다.
 
유럽은 이렇게 식사에 곁들이는 빵이 나오는 듯 했다.
 
그전까진 더워서 기운이 없었는데, 확실히 고기를 먹으니, 기력이 회복되는 느낌 ㅎㅎ..이었다.
 

날씨가 살인적이기도 하고 곧 3시라, 체크인을 하러 호스텔로 돌아갔다.
호스텔에서 좀 쉬다 저녁때쯤 다시 나올 생각이었다.

 

일회용 버스 티켓인데, 도로에 흔히 보이는 타바코 샵, 구멍가게에서 구매할 수 있었다.
 
버스 탑승 후에 펀칭 기계에 티켓을 넣으면 기계가 사용 시작 시간을 찍어준다.
 

다시 돌아온 트라스테베레. 붐비는 로마 시내와는 달리 한적했다.
 
호스텔에서 다시 배정받은 방은 인포 지하에 있는 방이었다.
들어가자 여자 한 명만 있었는데, 잠깐 인사를 나누고 난 씻으러 갔다.
 
씻고 나와보니 남자 한 명이 더 와 있었다. 처음엔 조금 긴장했지만, 둘다 말을 쉽게 건네줘서 빠르게 친해졌다.
 
이름은 각자 아서, 마나로 둘 다 브라질에서 왔다고 한다.
 
난 처음에 둘이 영어가 아니라 모국어로 대화를 나누길래 같이 여행을 온건가 싶었는데 그건 아니었다.
 
별거 아니지만 외국인들하고 이렇게 같이 대화를 나눌 수 있다는 사실이 매우 기뻤다.
이런 여행자들과 친해지는 것이 내 여행의 목적이기도 했고 말이다.
 
아무튼 잠시 대화를 나누고 각자 할 일을 하고 있는데(나는 침대에 자빠져서 쉬고 있었다 ㅋㅋ;;)
 
잠시 후 마나가 셋이 같이 저녁 때 콜로세움에 가볼 생각이 있냐고 물어보았다.

나도 저녁때쯤 나갈 계획이었고, 또 거절할 이유도 없었기에 같이 가겠다고 했다.
 
 

지하철을 타고 콜로세움으로 향했다.

콜로세움으로 가면서 서로 많은 얘기를 나눴다.
 
아서는 약대생, 마나는 배우라고 했는데 둘 다 자기 직업이나 삶에 확신이 있어보이는 태도가 보여서
그런 모습이 정말 멋있었다.
 
나보다 다들 나이가 많기는 했지만, 난 아직 그런 확신을 갖지 못해서 더욱 멋있게 보였다.
 

콜로세움의 모습. 보자마자 정말로 감탄부터 나왔다.
 
사실 안쪽에 들어가기엔 시간이 좀 애매하고, 매표소도 곧 마감해서 그냥 외부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돌아다녔다.
 
 

이런 콜로세움을 도는 마차 체험이 종종 보였다.


아서는 피곤하다 해서 먼저 돌아가고, 나는 마나와 콜로세움 근처 레스토랑에서 저녁을 먹었다.


콜로세움을 보면서 식사를 하다니.. 정말 인상깊은 경험이었다.
 
좀 더 구경을 하다가 마나는 예약한 투어가 있다고 해서 가고,
나도 그냥 가긴 아쉬워서 밤에 콜로세움 점등한 걸 보려고 기다렸다.
 

스프레이를 써서 그림을 그리는 화가.

날이 어두워지기까진 좀 걸려서, 내일 콜로세움 내부에 갈 겸 눈에 익히려고 주위를 돌아다녔다.

날이 지고 점등을 하니 콜로세움의 모습이 더 장엄하게 보였다.
 
문득, 이름만 듣던 이런 문화유산을 그냥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있구나 하는 생각에 기분이 묘했다.
정말로 로마에 왔다는 것이 실감이 나기도 하고.
 
 
어제까지만 해도 모든게 낯설고 과연 잘 해내갈 수 있을까 걱정이 많았는데,
 
돌이켜보니 오늘 하루동안 그런 걱정은 전혀 신경도 안 쓰인 것 같았다.
 
많은 것들을 보고, 다른 여행객들하고 친해지고, 같이 다닌 것만으로도 나에게는 뜻깊은 경험이었다 생각한다.


버스를 기다리면서 찍은 콜로세움.


가만히 서 있는 웅장한 콜로세움을 바라보면서, 속으로 내일은 더 꿈같은 하루를 보낼 수 있기를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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