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로마 #1 - 시작
2023. 07. 11
인천 -> 로마(Rome)
이틀 전 전역했다는 감상에 빠져 있을 채도 없이 어느새 로마로 떠나는 날이 다가왔다.
성인이 되고 2년 동안 코로나로 해외 여행은 꿈도 꿀수 없었기에.. 그리고 언젠가 한 번쯤 홀로 배낭 여행을 떠나는 것이 로망이었기에, 이번 여행이 더욱 기대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처음 혼자 떠나는 여행의 목적지가 머나먼 유럽이라, 솔직히 긴장해도 이상하지 않을 사실이지만 어째서인지 나는 별 생각이 들지 않는다.
막연히 다 사람 사는 덴데, 물건만 잘 챙기면 별 일 없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다.
내가 아무런 생각이 없는 건지, 아님 어떤지는 몰라도 아무튼 숙소 몇 군데 예약 빼고는 딱히 준비를 하지 않았다.
그리고 계획 없이 발생하는 그런 우연성이 여행을 더 재밌게 만드는 것이기도 하고.. (말하다 보니 변명처럼 들리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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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날 밤에 부랴부랴 물건들을 다 쑤셔박은 킬리 가방을 메고 공항으로 출발했다.
거의 7년만에 와본 인천공항은 익숙한 듯 하면서도 어색했지만, 먼 어딘가로 떠날 때 찾아오는 그 묘한 기분은 여전히 날 설레게 했다.
수하물을 맡기고 할 일도 없었기에 바로 출국 심사장으로 향했다.
이제 한달 간 유럽에서 머무른다니 정말 이제야 실감이 난다.
12시간 가량의 비행은 정말 고역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붙어있는 좌석들이 다 비어있어서 잘때 좀 누워서 갔다는 것?
비지니스 아닌 비지니스석을 이용한 느낌이다.
기내식도 먹고 영화도 몇편 보고 하니 어느새 로마에 도착했다. 창문 아래로 이국적인 붉은 지붕들이 보이자 드디어 시작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한국에서 타는 기차를 생각하고 어디 앉아야 되지.. 머뭇거리다 다들 아무데나 앉는 것 같길래 나도 빈자리에 앉았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유럽의 2등석 기차들은 대부분 이렇게 좌석이 정해져 있지가 않았다.
30분 정도를 거쳐 기차역에 도착했다. 밤 9시가 다 된 시각이지만 하늘은 아직도 푸른 색이다.
처음 본 트램 레일도 신기해서 한컷 찍었다.
한 십여분 걸어 호스텔에 도착했는데, 이 늦은 밤에도 로비에 사람들이 많아 떠들썩했다. 체크인을 하면서 조금 들어보니 다들 각자의 여행에 대해서 얘기를 나누는 듯 했다.
서로 다른 곳에서 온 사람들이 여행에 대해 대화를 나누는 광경.. 난 가만히 듣기만 했지만 정말 부러운 모습이었다.
나는 직원이 안내해준 방으로 가서 짐을 풀었다. 처음 와본 호스텔이지만 이층 침대는 1년 반동안 써와서 그런가 내집처럼 익숙했다;
딱히 배도 안고프고 시간이 늦었기에 짐 정리만 해두고 침대에 누웠다.
첫 유럽여행, 과연 아까 로비에서 본 사람들처럼 나도 다른 여행자들과 스스럼없이 얘기도 하고 잘 지낼 수 있을까?
생각도 잠시, 피곤한 탓에 걱정 반, 설렘 반으로 잠에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