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3 유럽 배낭여행

4. 로마 #4 - 탈진

saei joo 2023. 9. 19. 1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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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7. 14
어제 푹 쉰 덕분인지 7시도 안되어서 일어났다.

나가기엔 조금 일러서 지하층 로비에 앉아서 계획 준비를 했다.

내가 묵던 지하층의 로비.

사진엔 안 보이지만 아예 밤새 소파에서 자고 있던 사람들도 있었다..
 

오늘은 바티칸에 갈 예정이었는데, 한국에서 미리 발급해온 국제학생증 혜택을 이것저것 찾아보다
전기자전거 Dott 할인권이 있어 바티칸까지 자전거를 타고 가기로 했다.

국제학생증(ISIC) 앱에서 바우처 코드를 받아 Dott 앱에 입력하면 되었다.
 
첫 이용시 30분 무료, 그리고 총 가격에서 20% 할인해주는 바우처가 있었는데
30분 무료 코드는 어째서인지 활성화가 안돼서.. 20% 할인 바우처를 썼다.
 

따릉이처럼 정류소가 설치된 것은 아니라서 그냥 가장 가까운 곳에 비치된 자전거를 타고 출발.
 
다른 자전거들은 어떤지 모르겠는데 잠금을 해제하려면
뒷바퀴에 연결된 잠금용 핀을 빼서 자전거 뒤편에 삽입해야 했다.  

한적한 아침에 부드러운 햇살을 맞으며 달리니 기분이 너무 좋았다.
 

도로 안쪽으로 들어가 비포장된 돌길을 지나다 보니 어느새 바티칸에 도착했다.
 

정류소가 있는 건 아니지만, 특정 구역엔 자전거를 비치할 수 없어서 조금 떨어진 곳에 잠궈놓고 걸어갔다.
 

바티칸에 도착하였다.

웅장한 바티칸 광장의 모습.
광장을 긴 회랑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가 왠지 모르게 엄숙한 느낌을 준다.
 
저 멀리 보니 회랑을 따라서 베드로 성당 입장 줄이 길게 늘어져 있길래,
나도 광장 구경은 그만 하고 줄을 서러 갔다.
 

이제는 익숙해진 뙤약볕에서 가만히 줄 서기...
가져온 손 선풍기를 쐬며 가만히 있으니 어느새 입장이 코앞이다.
 

뒤를 돌아보니 아까보다 줄이 두배는 늘어났다.
빨리오길 잘한듯
 

입장 초읽기!!!!

왜인진 몰라도 운용중인 검색대가 두개 뿐이다. 직원이 부족한가;;
 

경고문을 보니 민소매와 반바지는 입장 금지라 되어 있지만,
그저께 간 제수 성당도 그렇고 엄격하게 제지하진 않는 모양이다.
 

한글을 보니 괜시리 반갑다.

카운터에서 한국말 가이드기와 지도를 대여하고 입장.
 

세계 최대 규모의 성당 건축물인 만큼,
입구에서부터 끝없이 보이는 화려한 풍경이 그를 여실히 보여준다.
정말로 예술과 건축의 총체란 느낌..
 

지도를 열심히 찾아가며 가이드의 음성 안내를 듣는다.
 

보자마자 눈에 확 들어왔던 성 베드로의 의자.
 

성당 중앙에 위치한 교황의 제대. 이 아래에 성 베드로의 무덤이 있다고 한다.
 
중앙부를 거대한 네개의 기둥이 받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었다. 상단의 거대한 돔도 마찬가지.
 
성당이 너무 넓다 보니 주요한 건축물들을 살펴보는 데에도 시간이 많이 걸렸다.
 
나중에 이 건축물들이 의미하는 바 같은 건 크게 기억이 안날수 있어도, (사실 지금도 잘 기억 안남 ㅋㅋ)
 
가톨릭과 관련한 예술 작품들은 이제 다른 작품으론 감흥을 느끼지 못할 정도로
감탄을 자아내는 풍경의 연속이었다.

 

 

구경을 마치고 성당 밖으로 나왔다.
문마저도 저마다의 의미가 있는지라 가이드 설명에 포함되어 있다.
 

계단을 따라 아래로 내려가면 두 근위병의 모습이 보인다.
 
외형이 상당히 알록달록한데 이는 스위스 근위대의 복장이라 한다.
 
정각 기준 매 15분마다 이들이 종을 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바티칸의 유일한! 우체국. 여기서 우편을 부치면 전 세계 어디든 배송이 된다고 한다.
 
조금 더 여행기간이 길었으면 해봤을 것 같지만.. 지금은 패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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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점심 먹을 때가 되어 바티칸에서 나와 식당을 찾으러 돌아다닌다.
 
무려 4일만에.. 동양의 음식이 그리워져 한 중식당에 들어갔다.

오랜만(4일)만에 접하는 그리운 맛이다.

분명히 중식당이지만 한중일 동남아까지 다양한 메뉴를 판다.
하긴 나야 한국에서 왔으니까 그렇지만 서양인들은 뭐가 어디 음식인지 알 리도 없고 딱히 알 필요도 없으니..
볶음밥과 소룡포 만두를 먹고 다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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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 간 곳은 바티칸 미술관.
 
그런데 도착해서 입장 줄을 보는데.. 줄이 정말 너무나도 길었다.
 
게다가 오늘 날씨가 너무 더웠다. 낮 두시에 땀을 뻘뻘 흘리며 또 서 있을 생각을 하니,
 
내 인내심이 허락하지 않아 기진맥진한 상태로 입장을 포기했다.
 
아쉽긴 하지만.. 이미 대성당은 다녀 왔고 이 상태론 제대로 관람하기도 힘들거 같아서
나름의 이유를 대며 숙소로 돌아갔다.
 
이따가 저녁 먹을 때 쯤이나 나올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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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서 씻고 좀 자려고 했는데, 아까 목말라서 먹은 레드불이 화근인지 정신이 쓸데없이 맑아졌다.
 
몸은 피곤해서 힘이 나질 않는데, 그런데 잠은 이상하리만치 오지 않아 그냥 침대에 널부러져 있었다.
 
이래서야 어떻게 남은 한달동안 여행을 끝마칠 수 있을지,
여행 시작 때의 '별거 아니겠지' 라는 생각이 무색할 만큼
머나먼 아득한 타지에 있다는 것이 갑자기 조금 두려워졌다. 
 
집에서 수천 마일 떨어진 이 타국에서 나 혼자 앞으로 한달을 지낼 수 있을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피로한 탓인지 온갖 잡생각들이 머리를 헤집고 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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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저녁은 제때 먹어야지 싶어서, 7시쯤 밖으로 나왔다.
 
그냥 근처 아무 가게나 들어가려다가, 오늘 낮 동안 쉰 것도 조금 아깝고 해서 버스를 타고 시내로 향했다.
 

대낮엔 사람으로 붐비던 거리들이 저녁때쯤 되니 사람 코빼기도 보이질 않았다.
 

바람도 불고 시원해서, 잠깐 거리를 돌아다니다 아까의 나처럼 널부러진 고양이들을 보았다. 
그저께엔 고양이들이 없었는데 저녁때만 출몰하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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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보나 광장 근처의 Cantina e Cucina 라는 식당에 들어갔다.
 
트레블 앱에서 찾은 식당인데 그래서인지 한국인들이 상당히 많았다.

라자냐와 카이피리냐라는 칵테일을 주문했다.
카이피리냐는 라임이 들어가서 그런지 시원하고 내 입맛에 잘 맞았다.
그리고 무엇보다 서빙하시는 여직원분이 친절하고 예뻤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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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당에서 나와 산책 겸 시내를 정처없이 걸었다.
 
내일이면 피렌체로 떠나는데, 내 유럽여행의 첫 도시인 로마를 보는 것이 오늘이 마지막이라니,
괜시리 아쉬운 마음에 눈에 이 풍경을 조금 더 담아두고 싶어 계속 돌아다녔다.

낮과는 정반대로 덥지도 않고, 그렇게 대낮 내내 돌아다닐 필요가 없었다는 생각을 했다.
 

로마의 마지막 저녁 풍경을 미련없이 구경하고 다시 숙소로 복귀.
 

내일 아침 일찍 나가야 하기 때문에 미리 짐을 챙겨둔다.
 
로마가 익숙해진 지도 얼마 되지 않았는데, 다시 다른 도시로 떠난다니.
며칠 전 로마행 비행기를 탈 때의 설레는 마음을 다시금 느끼며 잠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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