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3 유럽 배낭여행

11. 인터라켄 #3 - 구름 아래에서

saei joo 2023. 11. 26.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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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3. 07. 21
아침부터 어째 쎄한 공기가 내 곁을 감돌았다.
눈을 떠 내 시야에 바로 들어오는 창문 밖을 보고 왜였는지 깨달았다.
바로 비가 줄창 오고 있었던 것.
 


사실 인터라켄은 날씨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여기 있던 이틀 간은 날씨가 선선하고 맑았기 때문에 몰랐지만, 사실은 이게 평시라는 것.
내심 어제 날씨 좋을 때 융프라우에 갔다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는 어제고.. 문제는 오늘.
원래라면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하더쿨룸 전망대에 올라보려 했으나,
하루종일 비가 오는 흐린 날씨 탓에 그렇게 좋은 계획은 아닌 듯 했다.
 
그래서 어쩌지 하고 곰곰히 생각을 하던 차,
여행 전에 한 블로그에서 근처의 온천마을 '로이커바트'에 대해 써둔 것을 본 게 생각났다.
마침 비도 오고 할 때 가보면 좋다고 했으니 곧장 기차표를 예약했다.

 
스위스의 대중교통은 'SBB Mobile'이라는 앱에서 티켓 구매와 시간표 열람 등등이 모두 가능했다.
인터라켄 동역에서 기차로 스피츠->비스프->로이커를 이동, 이후는 버스로 30분 정도 이동해 로이커바트에 갈 수 있었다.
 

SBB Mobile의 인앱 화면.

 


느릿느릿 11시 정도에 출발.
어제의 화창하던 풍경은 보이질 않고 온통 먹구름 뿐이다.

버스를 기다리려니 참을성이 없어 걸어가는데, 갑자기 빗줄기가 거세져(우비밖에 없었음)
5분 정도를 비를 피하려고 가게 아래에 들어가 서있었다.. 그냥 버스탈걸...

 


드디어 도착한 동역. 
가게에서 점심을 먹자니 시간이 애매해서 쿱에서 식사 대용 음료 하나만 사서 나왔다.

 

디자인이 마음에 드는 음료수

 

 

 

기차에 탑승하러 간다.  우유만 마시다 보니 심심하니 빵이라도 살걸 그랬다.

다른 기차에는 표시등으로 좌석 예약 유무를 알 수 있었는데, 이 기차는 신기하게도 종이를 하나 하나 꽂아놨다.
왜인지 모르게 정감가는 방식.

 


내려서 비스프행 기차를 기다리는데,, 무려 15분이나 연착이 되었다.

유럽 기차는 연착이 잦다지만 이런 경우는 또 처음이다.

 

로이커역.


두시쯤 로이커역에 도착. 여긴 또 날씨가 쨍쨍하다.
로이커바우트행 버스는 아직 안 왔길래 쿱에 먹을거리를 사러 들어갔다. 정말 쿱은 어딜가든 있는듯..

 


바닐라맛 코카콜라가 무지하게 비싸다.
호스텔 근처 쿱에서도 이랬던걸 보면 이유는 모르지만 코카콜라 회사 제품은 다 이런것 같다.
아무튼 샌드위치를 사서 다 먹어갈 때쯤 버스가 왔다.

 


능선 아래에 자리잡은 마을이 보인다. 이렇게 오밀조밀한 마을을 가만히 보고 있자면 마음이 평온해진다.

 


얼마 지나지 않아 로이커바트 역에 도착했다. 역이라지만 뭔가 스키장 리조트 로비 같은 느낌이..
스파가 여러 곳이 있는데, 그중 내가 가려는 알펜테름 스파까진 십여분 정도 걸어가야 했다.

 

 

입구 근처에서 본.. 연식이 내 나이 두배 정도는 되어보이는 동물 마스코트 친구들.

 


드디어 도착. 하루 이용권과 3시간 이용권이 있었는데, 시간도 벌써 3시를 넘겨서 그냥 가장 싼 3시간 이용권을 골랐다.
아마 빨리 출발해서 오전 중에 왔다면 하루 이용권을 샀을지도..

 


락커와 탈의실. 
전체적으로 조용한 분위기였는데, 그래서인지 나이드신 분들이나 가족끼리 단체로 온 사람들이 많았다.


스파는 실내와 실외가 있었는데, 내가 들어갔을 때는 비가 내리고 있어서 한동안 실내에만 있었다..
시간이 조금 늦어져서인지 그렇게 붐비진 않고, 나가는 사람들이 더 많았던 것 같다.

 


내부의 모습. 중간 중간에 수압으로 마사지를 할수 있는 곳들이 있었다.

사진엔 나와있진 않지만 매점 같은 곳이 있어서 맥주를 사먹는 사람들도 있었다.

 

비가 그쳐서 나가본 외부 스파. 사진을 많이 찍고 싶었는데 사람들이 있어서.. 많이 찍진 못했다.
스파 자체는 그리 특별할 것은 없긴 했지만, 솔직히 이런 경치를 보면서 물 속에 들어가 있는 것만으로도 좋은 경험이었다.
이곳 사람들은 매일 이런 풍경을 보고 산다니.. 조금은 부러울 따름.

 


세시간이 다 되기 전에 나와서 씻고 나갈 준비를 했다.
레버 형식의 고정식 헤어드라이기.

 

역으로 가는 길,


밖으로 나와 역까지 다시 걸어간다. 오랜만에 수영하고 나왔을 때의 개운함을 느낀다.
가는 길에도 사진을 계속 찍었다. 이런 가옥 형식을 샬레라고 하나? 한 채 한 채마다 각각의 개성이 있으면서도 묘하게 통일성을 공유하고 있다.

 


버스를 타고 다시 떠난다.

 


로이커를 거쳐..

 


비스프, 그리고 슈피츠까지.

 


인터라켄에 도착하자 거의 밤 9시가 다 된 시간이었다.
동역에서 저녁을 먹을까도 생각했지만 서역에 유명한 케밥 트럭이 있다 해서 서역에서 내렸다.

 

시간이 늦었지만 주문하는 사람이 꽤 있었다.

 


음식을 포장하고 비가 오고 있어서 서둘러 호스텔로 뛰어갔다.

 

냄새를 맡은 건지 호스텔 고양이가 다가왔다.


인터라켄에서의 마지막 저녁. 가장 잘 팔리는 케밥 박스라는 메뉴다.
사실 스위스에 와서 대부분 식사를 쿱에서 대충 때웠다 보니 계속 허기진 상태였는데, (특히나 오늘은 거의 못먹었다)
기름진 케밥을 입에 넣는 순간 너무 맛있어서 허겁지겁 먹어버렸다.



식사를 마치니 이미 창밖은 깜깜해져 있었다.
이탈리아에서 스위스로 넘어갈 때도 그랬지만
벌써 스위스의 일정을 마치고 내일 독일로 넘어간다니 다시금 가슴이 설레온다.

이제는 여행에 어느 정도 적응해서 크게 우여곡절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오히려 주위의 경치를 구경하면서 다니느라 바빴다.
인터라켄에서 그동안 하지 못한 경험들을 한 만큼
앞으로의 여정도 이와 같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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