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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23 유럽 배낭여행 18

18. 프랑크푸르트 #1 - 기나긴 연착

2023. 07. 28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리 챙겨둔 가방을 메고 호스텔을 나섰다. 며칠 전처럼, 프리드리히슈트라세 역으로 가서 기차를 갈아타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역 안에 빵가게가 있길래 와플을 하나 사서 기차 안에서 먹었다. 유럽엔 이렇게 빵가게가 도처에 널려 있어서 좋다. 베를린 역에 도착. 아래에서 5번째에 보이는 기차를 타야 된다. 조금 일찍 점심을 먹을까 했지만, 기차 시간도 얼마 안남았고 짐 보관도 마땅치 않아서 그냥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다. 아무튼 무난히 기차에 타서, 노래를 들으면서 멍하니 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역에 멈춘 기차가 출발하지를 않았다. 그 전에도 역에서 몇 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사였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10분, 20분, .. 늘어나더니 약 1시간 정도를..

17. 베를린 #3 - 자물쇠

2023. 07. 27 늘 그렇듯 7시 경에 눈이 떠졌다. 어제 꽤 많은 곳을 갔다 왔기에 오늘은 아침을 먹 호스텔에서 일정을 좀 보다가, 점심때쯤 출발하려고 했다. 그런데.. 아주 큰 문제가 발생했다. 아침에 씻으려고 보니 자물쇠가 풀려있고 심지어 내 비밀번호가 맞지도 않았다. 다행인건 일단은 짐을 잠궈야 되니, 혼자서 자물쇠 재설정하려고 안간힘을 썼는데 열린 상태에서 전혀 재설정이 되지 않았다. 분명 자물쇠가 혼자 풀릴 리는 없고.. 끙끙대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가장 가까운 건 같은 방을 쓰는 사람들이니.. 내가 자물쇠와 싸우는 동안 나갈 준비하고 있던 같은 방 사람들에게 물어봤다. 당연히 모두 아는 게 없다고 했고.. 다들 조금 놀라는 눈치인걸 보면 정말로 아닌 거 같았다. 나도 미안해서 연신 의심..

16. 베를린 #2 - Chain Reaction

2023. 07. 26 오늘은 베를린에 있는 주요 건축물들을 둘러보고자 했다. 특히나 기념관 같이 나치 독일 시기의 역사에 관해 알아볼 수 있는 장소가 많아보였는데, 독일은 과거 만행에 대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반성을 해오는 나라인 만큼 더욱 기대가 되었다. 조금 걸어 먼저 브란덴부르크 문에 도착했다. 날씨가 선선해서 그런지 나와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19세기에 지어졌음에도 그 위상은 여전하다. 베를린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운 모습이다. 구경을 좀 더 하다 근처에 있던 노점에서 커리부어스트를 사먹었다. 가격은 7.5 유로. 커리부어스트는 큼지막한 소세지에 캐첩과 커리 가루를 뿌린 음식인데, 인기가 많은지 다른 사람들도 사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노점 옆에 있던 곰 조형물. 뭔진 모르지만 베를린을 대..

15. 베를린 #1 - 순항

2023. 07. 25 오늘은 베를린으로 떠나는 날이다. 하지만 오전에 프라하성을 보고 가기 위해서 두시 반에 출발하는 티켓을 예약했다. 호스텔에서 친해진 사람들과 작별인사를 나누고, 근처 가게에서 아침을 먹고 역으로 출발했다. 근데 가는 도중 안경 한쪽 다리가 심하게 벌어져서 계속 벗겨지는 바람에, 어쩔 수 없이 근처 안경점으로 가서 수리를 받고 나왔다. 세계 어디든 안경다리 고치는 건 무상으로 해주는 모양이다. 아무튼 역 내 물품보관소에 가방을 맡긴 후, 트램을 타러 나왔다. 프라하 성에 도착. 이미 성에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사람들도 많다. 성 내부로 진입하기 전 성곽에서 도시 전경을 찍는다. 성 중심부에 위치한 비투스 대성당. 수많은 크고 작은 첨탑이 인상적인 구조다. 맞은편에는 이르지 성당이 있다..

14. 프라하 #2 - 아쉬움

2023. 07. 24 어제 여정을 마무리했던 바츨라프 광장으로 돌아왔다. 오늘은 국립박물관에 갈 예정이다. 이곳은 예술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이라기보단 생물, 자연과학 쪽의 전시에 더 치중한 과학관에 가깝다고 한다. 오랜만에 ISIC 카드로 할인받아 입장. 나름 곳곳에서 유용하게 쓰인다. 여러 화석과 동물들의 모형이 있다. 해양 생물의 모형. 이런 광물들이 거의 천개는 넘게 전시되어 있는 공간이 있었다. 보면서도 어떻게 이렇게 분류를 해뒀을지 참 대단하다는 생각. 천장의 모습. 어느 궁전 못지않게 화려하다. 체코의 역사에 대한 전시관도 있었는데, 주로 냉전 시기, 체코슬로바키아 시절의 역사가 많았다. 아무래도 이데올로기에 관한 내용이다보니, 한국전쟁에 대한 당시 기사도 있었다. 근처에 한복도 전시되어 있다..

13. 프라하 #1 - Fairy Tale

2023. 07. 23 아침에 일찍 짐을 챙겨 7시쯤 나왔다. 이 호스텔에 더 있기가 싫어서.. 키만 빨리 반납 후 서둘러서 역으로 향했다. 역 안에 빵집이 있길래 두어개 정도 샀다. 기차에 탑승. 안에 프라하 행이라고 대문짝만하게 써져 있다. 이렇게 모든 좌석이 문으로 개폐 가능한 별실 안에 들어가 있었다. 해리포터에서 나오는 그런 구조.. 프라하까진 거의 6시간을 걸려서 가야했다. 여행의 대부분은 대기와 이동 시간이 차지한다더니.. 그 말을 여실히 깨닫는 시간이었다. 내 남은 일정은 프라하에서 베를린, 중간에 도시 하나를 들린 후 파리로 갈 예정이었는데 베를린에서 어디로 갈 지가 아직 고민이었다. 원래는 프랑크푸르트나 암스테르담에 가려고 했는데, 베를린에서 암스테르담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고 복잡했..

12. 뮌헨 #1 - 균열

2023. 07. 22 새벽부터 사람들이 오가는 소리에 잠을 잘 수가 없어서 5시쯤 일어났다. 잠도 오질 않아서 이왕 깬거 세탁물도 돌리면서 천천히 나갈 채비를 했다. 나가기 전에 같은 방에 있던 한 인도인 아저씨랑 얘기를 나누다가, 나도 모르는 사이에 시간이 너무 늦어버려서 허겁지겁 나왔다. 20kg 가방을 메고 서둘러 뛰어가 다행히 아슬아슬하게 도착할 수 있었다. 아침부터 땀투성이로 시작해 11시쯤 취리히에 도착했다. 하늘이 맑다. 뮌헨에 3시쯤 도착이었는데 취리히에서 뭐라도 사올 걸 그랬나.. 독일 국경을 통과해 끝없이 펼쳐진 들판을 지나간다. 내가 탄 기차 좌석엔 이런 GGF. FREIGEBEN이란 표시가 있었는데 찾아보니 '아직은 비어 있지만, 필요시 누군가 예약할 수도 있는 자리'라고 했다. ..

11. 인터라켄 #3 - 구름 아래에서

2023. 07. 21 아침부터 어째 쎄한 공기가 내 곁을 감돌았다. 눈을 떠 내 시야에 바로 들어오는 창문 밖을 보고 왜였는지 깨달았다. 바로 비가 줄창 오고 있었던 것. 사실 인터라켄은 날씨가 그렇게 좋은 편이 아니라고 한다. 여기 있던 이틀 간은 날씨가 선선하고 맑았기 때문에 몰랐지만, 사실은 이게 평시라는 것. 내심 어제 날씨 좋을 때 융프라우에 갔다오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어제는 어제고.. 문제는 오늘. 원래라면 패러글라이딩을 하고 하더쿨룸 전망대에 올라보려 했으나, 하루종일 비가 오는 흐린 날씨 탓에 그렇게 좋은 계획은 아닌 듯 했다. 그래서 어쩌지 하고 곰곰히 생각을 하던 차, 여행 전에 한 블로그에서 근처의 온천마을 '로이커바트'에 대해 써둔 것을 본 게 생각났다. 마침 비도 오고 ..

10. 인터라켄 #2 - 설국

2023. 07.20 스위스의 아침은 이탈리아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시원했다. 항상 29도, 30도를 찍던 곳에서 벗어나 15도라는 기온을 체감하자 얼마나 안도했었는지 모른다. 오늘은 아침을 먹고 바로 융프라우행 기차에 오를 예정이라서, 일어나자마자 서둘러 아침을 사러 쿱으로 향했다. 밤사이 어두웠던 마을은 햇빛을 받아 점차 밝아지고 있었지만, 거리는 더할 나위 없이 한산했다. 다소 쌀쌀하기까지나 한 아침에 이 적막한 자연 한가운데를 걷고 있다니.. 이 얼마나 오랜만에 느껴보는 편안함이었는지. 마트는 8시에 열어서 조금 기다리다가 바로 들어갔다. 어제는 미처 보지 못했었는데, 코너 한켠에 신라면들이 엄청나게 많이 쌓여있었다. 가격은 3프랑 정도였는데 난 미리 갖고온 라면도 있고 해서 패스. 귀여운 수..

9. 인터라켄 #1 - 적막의 감흥

2023. 07. 19 9시가 될 때쯤 일어나, 아침은 대충 어제 자판기에서 산 초콜릿으로 때웠다. 내가 스위스에서 머무를 인터라켄(Interaken)까지 가려면 먼저 밀라노 중앙역에서 슈피츠(Spiez)까지 간 후 기차를 갈아타야 했다. 내가 탈 스피츠행 열차는 3시에 출발 예정이라, 그전까진 시간이 넉넉했지만 딱히 마음이 내키는 곳도 없고, 이탈리아의 무더위를 더이상 경험하고 싶진 않아서.. 그냥 체크아웃 전까지 호스텔에서 여유롭게 쉬다가 출발하기로 했다. 체크아웃 30분쯤 전에 가방을 싸고 드디어 길을 나선다. 야외에 있는 플랫폼에 들어가기 전 잠깐 대합실 안에서 땀을 식히고 있는데, 두 경찰관들이 오더니 불시에 신분증 검사를 했다. 나만 그런건 아니고, 안에 있던 사람들도 다 검사한걸 보면 의례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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