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13
오늘은 어젯밤 갔던 콜로세움에 갈 예정이다.
물론 입장권을 끊어서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까지 보고 오는 걸로.
아침은 간단히 호스텔에서 먹었다. 시간이 일렀음에도 꽤나 사람들이 많았다.
출발. 날씨는 여전히 덥다.
분명 인터넷에서 콜로세움 앞 매표소는 사람이 많으니 포로 로마노 쪽으로 가라고 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정확한 위치가 나오지가 않았다.
직원한테 물어봐도 콜로세움 쪽만 알려주고 결국 별다른 소용이 없어서 그냥 콜로세움 쪽에서 줄을 서기로 했다.
예상은 했지만 사람이 정말.. 많았다. 게다가 날씨도 뜨거워서 가만히 산송장마냥 서있기만 했다.
대략 한시간 조금 넘게 기다려서 구매한 입장권. 콜로세움, 포로 로마노, 팔라티노 언덕을 모두 입장할 수 있단다.
벽에 칼로 새긴 듯한 낙서가 보인다. 저런건 언제 새긴 것일지 가늠조차 되지 않았다.
입장한 층엔 사람들도 많고 돌아다닐 공간이 많이 없어서 위층으로 바로 올라갔다.
콜로세움의 내부 구조, 당시의 모습을 묘사한 그림, 로마 시대의 의복, 장식, 조각상 등 여러 가지가 전시되어 있었는데
로마 제국이 융성했던 때의 콜로세움의 모습을 상상케 했다.
대부분의 관광객들이 각자의 투어 가이드를 따라 다녔는데,
나도 혼자 구경하다 심심해서 몰래 관광객들 사이에 껴서 일행인 척 가이드 설명을 듣곤 했다 ㅋㅋ
기념품 샵에서 콜로세움 모양의 마그네틱 뱃지를 사고, 내부 모습을 보러 나왔다.
내부의 모습. 여기 오기 전까진 지하층이 이렇게 개방되어 있는 모습인지 몰랐다.
아까 봤던 복원도의 모습과 비교했을땐 많이 훼손된 모습이지만,
사실 수천년이나 된 유적이 이정도로 남아있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일이 아닌가 싶었다.
너무 넓어서 한 층을 빙 둘러보는 것만으로도 꽤 시간이 걸렸다.
밖으로 나와서.. 팔라티노 언덕에 가기 전에 먼저 점심을 먹으러 향했다.
근처 거리에 위치해 있던 한 식당에 들어갔다. "Crab Fish Restaurant" 라는 꽤나 정직한 이름이다.
나는 봉골레 스파게티를 주문했다. 아무데나 들어간 것 치곤 직원들도 친절하고 매우 맛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계산서를 보니 자릿세도 없었음 ㅋㅋ
배도 채우고 팔라티노 언덕을 보러 다시 출발했다.
팔리티노 언덕은 이 넓은 언덕 자체가 모두 유적지인 모양이다.
과거 건물들의 흔적들과 터를 볼 수 있었지만..
너무 넓기도 했고 무엇보다 원형이 거의 남아있질 않아 그냥 쓱 둘러보는 정도로 끝냈다.
다만 올라가서 높은 지대에서 보는 풍경은 멋있었다.
어딜 둘러봐도 주변 풍경이 유적으로 가득 차 있어서, 마치 시간을 뛰어넘어서 이동한 느낌이랄까..
더위도 잊고 한참동안 풍경을 바라보다 내려왔다.
포로 로마노를 거쳐 밖으로 나와, 여유롭게 젤라또 하나 사먹으려고 근처 가게로 걸어갔다.
나오자마자 한 아저씨가 앉아서 기타를 연주하고 있다. 영국 밴드 다이어 스트레이츠의 대표곡 'Sultans of Swing' 이다.
가만히 듣다가 문득 외국에서 이렇게 거리 버스킹을 하는 것도 (악기를 다룰 줄 안다면) 재밌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거리를 계속 지나, 젤라또 가게가 위치한 블럭에서 경사진 도로를 올라가려고 앞을 보는 순간,
내 눈 바로 앞에 두세명 정도의 팔찌 호객꾼 흑인들이 보였다.
평소 같으면 미리 보고 피해 갔겠지만, 구글 맵으로 길을 보느라 미처 빨리 알아채지 못했다.
아차 싶어 바로 오른쪽으로 방향을 틀어 가려는데, 한 호객꾼이 내 발 앞에 팔찌를 탁 던졌다.
여기서 팔찌를 주우면 안 됐는데, 나는 멍청하게도 주워서 팔찌를 건네려는 제스쳐를 취했다.
호객꾼은 자연스럽게 바로 말을 걸고 악수를 하면서 (도망가지 못하도록 하는게 목적인듯) 내 손에 팔찌를 채웠다.
내가 극구 사양하는데도 It's Free를 연신 강요하듯 말하며 선물이다. 왜냐면 너의 나라 한국과 케냐(케냐에서 왔다는데 이것도 구라 같음) 는 형제의 나라고 하쿠나마타타어쩌구저쩌구...
하면서 다른 고무줄 팔찌 하나를 덤으로 내 손에 끼우면서, 이전까지의 태도는 어디간 것인지 5유로를 달라는 것이다.
내가 아니 너가 공짜라매!! 라고 말해도 씨알도 먹히지 않고,
어찌되었든 당해버린 거 그냥 5유로 주고 끝내자 싶어서 주머니에 있던 5유로를 꺼내 들었다.
그러나.. 호객꾼은 거기서 끝내지 않고 '10유로를 주면 5유로 바꿔서 줌' 이란 이상한 논리를 시전했다.
지금 생각해 보면 그냥 10유로 뜯으려는 거였지만..
당시 상황에서는 이런 사기도 처음 당했고, 무슨 개소리인가 전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무튼 난 내 가방 안에 있는 지갑을 꺼내서 10유로 줄 생각도 전혀 없고,
그냥 빨리 가고 싶었기에 '나 돈없음' 만 계속 반복했다.
그러더니 ㅋㅋ 갑자기 주위에 있던 다른 두명의 호객꾼들이 나한테로 오더니
"Fuck off, Do you wanna fight?" 라며 주머니를 가리키며 돈을 달라고 했다. 아무래도 처음부터 다 지켜본듯.
당연하지만 난 가방에서 지갑 꺼내서 적선할 위인도 아니고,
만에 하나 지갑을 열었다간 냉큼 현금을 집어서 도망갈게 뻔했기에 연신 돈이 없다고만 했다.
키가 한 180-90은 족히 되어보이는 사람들이 둘러싸고 있으니 도망가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서로가 똑같은 말만 반복한 결과, 호객꾼들은 지쳤는지 포기하고 그냥 돌아갔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5유로는 사기당한 거니.. 기분이 더러웠다.
쓰레기같은 팔찌는 그냥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몸에 지니고 있기도 싫었다.
5유로가 큰 돈은 전혀 아니지만, 여기 오기 전에 몇 번 호객꾼이 말을 건 것도 그냥 자연스레 지나갔었는데..
이런 내 사소한 실수 하나로 안좋은 경험을 한 것 같아서 조금은 후회스러웠다.
그래도... 젤라또를 먹지 않을 순 없어서 터덜터덜 걸어 들어가 젤라또를 사갖고 나왔다.
젤라또를 먹으면서 베네치아 광장을 지나가는데, 아까의 경험 때문에 괜히 지나가는 흑인들을 보면 경계심이 들곤 했다.
여튼 실수는 실수고, 앞으로의 여행이 남아 있기 때문에 속으로 기운 차리려고 노력했다.
베네치아 광장 앞의 조국의 계단.
이탈리아 건국 기념으로 세워진 건물이라는데 확실히 비교적 현대적인 느낌을 많이 받았다.
몇 시간 전 본 콜로세움과는 또 다른 느낌의 웅장함이었다.
계단을 올라가니 더위를 피해 그늘에서 쉬고 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였다.
건물 옥상까지 가는 엘리베이터가 운행 중이었는데, 사실 뭔가를 더 보고 싶다기보단 덥기도 하고 쉬려고 올라가진 않았다.
탁 트인 광경만으로도 충분히 볼 만한 풍경이기도 했고.
한 시간 정도를 둘러보면서 쉬다 보니 거의 6시가 된 시간.. 오늘은 이만 호스텔로 돌아가기로 한다.
원래도 이 이후에 일정이 없었을 뿐더러, 아까 일도 조금 찝찝하기도 해서 돌아가려고 근처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버스를 기다리는 동안 바로 앞의 마트에 들어가 본다. 유럽 와서 마트는 처음 와본다.
대부분 팔리긴 했지만 꽤 다양한 종류의 빵을 팔고 있다. 아마 구워서 오픈할때 넣어 두는듯
여러 식료품들. 식당 물가에 비하면 식료품들은 비교적 저렴하다.
이탈리아답게 파스타와 소스의 종류가 매우 많다. 1유로가 채 안되는 제품들도 보인다.
목이 말라서 환타를 샀는데, 뚜껑이 완전히 분리형이 아니고 일부분은 뜯을 수 없게 되어 있다.
대부분의 음료수가 이런 모양이다.
호스텔에 돌아가서 피렌체행 기차도 예매하고.. 잠시 할 일을 하다가
아서가 시장에서 사온 피자를 대접해줘서 저녁도 먹을 겸 같이 먹었다.
사진은 없고, 가격은 기억이 나지 않지만 가격에 비해 피자 양이 굉장히 많아서 둘다 꾸역꾸역 먹었다.
피자를 먹으며 이런 저런 얘기도 하고, 같은 층에 머무는 다른 여행객들과 탁구도 치면서
그렇게 다사다난했던 로마에서의 세번째 날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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