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3 유럽 배낭여행

5. 피렌체 #1 - 오렌지빛

saei joo 2023. 9. 19. 21: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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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7. 15

로마 (Rome) -> 피렌체 (Firennze)

 

이른 새벽에 일어나, 씻고 바로 체크아웃을 하러 나왔다.

 

아서도 나갈 예정이라기에, 로비에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대화를 하다 서로를 배웅해주고 길을 나섰다.

 

먼 타지에서 처음 친해진 사람인 만큼, 내심 고마운 감정이 컸다.

여행의 첫 단추를 잘 꿴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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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테르미니 역으로 향하는데, 알고보니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덕분에 30분 가량을 낭비했다.

 

어쩐지 풍경이 익숙하지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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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미니 역의 모습.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한 로마 속에서 내가 본 거의 유일하게 현대적인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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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출발까지는 약 두 시간 정도가 남았는데, 가방을 계속 메고 다니긴 무거워서 'Kibag'이란 역내 짐 보관소에 맡겼다.

크로스백 안에 지갑과 여권만 챙기고 나오니 뭔가 무방비해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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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철도 회사 'Trenitalia'의 발권 기계들이 쭉 놓여져 있다.

 

국내 노선은 Italo와 Trenitalia가 전부인 듯 했다.

 

나한테는 비행기 티켓이나 기차표 등을 모으는 사소한 취미가 있는데,

피렌체행 티켓은 온라인으로 발권한지라 기계에서 실물 티켓을 뽑으려고 했다.

 

그런데..아무리 봐도 실물 티켓을 발권하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무슨 코드를 입력하라는데 내 이메일로 온 티켓엔 그런게 보이질 않고..

 

근처에 있던 직원한테 물어봤는데 모르는 눈치인 듯, 창구에 가보는게 좋겠다고 했다.

물어보고 난 사실인데 그 직원은 이탈로 직원이었다. 모르는게 당연했음;;

 

창구 여러개를 돌면서 안 사실은 결론적으로 실물 티켓을 발권할 수 없다는 거였다.

 

아무리 디지털 티켓이 편리하다고 해도 종이 티켓만의 아날로그 감성이 있는건데..

아쉽지만 어쩔수 없이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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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사서 늦은 아침을 때우고, 밖으로 나갔다간 괜히 땀범벅이 될까봐

시간도 남았겠다 여유롭게 역 내부를 구경했다.

 

6유로짜리 아침...

 

이렇게 출발, 도착 예정 목록 전광판이 플랫폼마다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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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뻗어져 있는 기차 플랫폼들.

 

 

한국에도 들어온 파이브가이즈. 열었으면 먹어보려 했는데 아쉽게도 영업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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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출발까지 30분 정도 남았을 즈음, 미리 짐을 받으려고 보관소로 향했는데

이게 무슨.. 사람들이 줄을 엄청나게 서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캐리어를 가지고 있길래, 이건 짐을 맡기는 줄인가 보다 싶어서

짐을 찾는 줄을 찾으려고 둘러봤는데 아무리 봐도 줄이 하나밖에 없었다.

 

옆에서 돌아다니는 직원한테 물어보니

맡기고 찾는 줄은 구분 없이 한 줄에 서야 한단다.

????????

 

시간도 많이 남았기에 일단 줄을 서보는데, 출발 10분 전까지도 내 차례까진 아직 한참 남은 상황..

 

다급해진 나머지, 직원에게 기차 출발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먼저 짐을 받을 수 없겠냐 물어봤지만

직원은 난 모르는 일임 ㅇㅅㅇ를 시전하며 줄을 스킵하려면 무슨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고 했다.

 

근데 앞에 봐도 그 멤버십 줄도 한참이라, 그냥 줄을 포기하고 출구 쪽으로 뛰어들어가서

(짐을 찾는 창구 바로 옆이 출구로 이용되는 통로였음)

창구 직원한테 기차 시간 때문에 짐을 당장 찾을 수 없냐고 물어봤다.

 

근데 무슨 일인지, 줄을 서야된다 등의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짐을 찾아주었다. 

 

내가 다급해보여서 그렇게 해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걸 따질 새도 없이 가방을 메고 플랫폼까지 허겁지겁 뛰어갔다.

 

기차 출발 약 3분 전. 아마 이 상태에서 20분은 더 기다렸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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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 도착하니, 시간이 정시였지만 아직 출발하지 않고 승객들이 탑승 중이었다.

 

땀이 줄줄 나는 상황에서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안도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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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 탑승해서 짐을 넣고 있는데, 땀에 젖어 낑낑대는 나를 보고

옆 좌석의 현지인 아주머니들이 물티슈를 건네 주셨다.

 

별것 아닌 작은 호의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정말로 고맙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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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사소한 해프닝을 거치고, 기차는 피렌체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산과 밭의 풍경이 끝없이 이어졌다. 사진만 보면 한국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기도..

 

수많은 유적들만 보다 이런 자연을 마주하니 나름대로 새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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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시간 반 정도 후, 기차는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 도착했다.

 

역 내부의 모습...과 도착하자마자 사먹은 젤라또.

 

확실히 전통적인 모습이 강한 로마보다는 피렌체는 상대적으로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적진 않았지만, 붐비진 않고 오히려 한적한 느낌을 받았다.

 

여러모로 첫인상부터 로마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역 바깥의 모습.
호스텔로 걸어가는 길. 로마와는 사뭇 분위기가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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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걸어서 도착한 호스텔의 입구.

 

체크인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아서 짐을 놔두고 호스텔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원래 성당이었던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호스텔이라, 굉장히 규모가 넓었다.

 

호스텔 내부 벽면에도 벽화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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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 시간이 되어서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는데, 복도에서 어딘가 익숙한 사람을 마주쳤다. 

 

로마의 호스텔에서 만났던 Mingjin이라는 친구였다.

 

피렌체에 간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같은 숙소에서 우연찮게 재회하니 반가웠다 ㅋㅋ

 

잠깐의 재회를 마치고 나는 다시 체크인을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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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받은 방의 모습. 

 

로마의 호스텔도 괜찮았지만 여긴 로마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었다.

 

방은 8인실이었지만, 중간에 벽이 두개가 있어 구분되어져 있어서 사실상의 4인실이었다.

 

화장실은 왜 찍었지..

화장실에서 첨에 저 비데를 보고 어디 쓰는 건지 몰라서 한참 이게 뭘까 생각했다.

 

가격이 1박 7만원 정도로 조금 비싸긴 했지만.. 시설이 좋아서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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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시쯤 저녁 먹을 겸 근처를 구경하러 나왔다.

 

호스텔은 아르노 강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나오자마자 넓은 아르노 강의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날은 여전히 뜨겁긴 했지만 맑고 푸른 아르노 강을 따라 걷고 있으니,

어쩐지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날씨가 맑다. 강물도 한없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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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쪽으로 향했다.

 

성당이 열었으면 한번 들어가 보려 했으나.. 아쉽게도 입장 시간이 막 끝난 참이라 실패.

지금 당장 들어갈 필요는 없기 때문에 주변만 가볍게 둘러보았다.

 

산타 마리아 노벨라 광장, 그리고 성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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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어 도착한 곳은 피렌체 중앙시장.

 

가죽 시장을 지나서 보이는 높은 빨간색 건물에 중앙 시장이 위치해 있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여러 소규모 식당들이 입점해 있다.

 

식당가는 중앙에 위치한 큰 바를 중심으로 식당들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였다.

 

식당 같은 경우는 직접 가서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와야 하고,

 

주류는 내가 앉은 자리에서 직원에게 주문을 하면 갖다준다.

 

식당가 내부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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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한 바베큐와 아페롤 스프리츠, 그리고 에일 하나.

 

사람들이 다들 똑같은 빨간색 칵테일을 마시길래 나도 따라서 시켜봤는데 왜 많이들 시키는지 알 것 같았다.

 

에일 맥주는 패션후르츠 맛이 났는데 크게 특별하진 않았다. 표면에 기린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이했음.

 

음식도 맛있고 활기찬 시장 분위기 안에 있으니, 칵테일 때문인진 몰라도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피렌체에서의 첫 식사를 잘 선택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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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중앙 시장의 분위기를 뒤로 하고, 기분 좋게 밖으로 나왔다.

 

선선한 바람도 불어와서 어딜 가든 상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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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거리를 나오면 넓은 광장이 위치해 있다.

 

한 아저씨가 길거리 공연을 막 시작한 참이길래 소화도 시킬 겸 나도 앉아서 보기 시작했다.

 

광장에 퍼지는 기타 소리와,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여행객과 행인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나누는 사소한 얘깃소리들.

 

가만히 앉아서 그 모습 안을 감상하고 있자니, 그보다 더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점차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는 도시의 모습은 덤이었다.

 

멍하니, 한참 동안이나 그 모습 속에 흠뻑 빠져 있다가, 이윽고 일어나 다시 길을 나섰다.

 

공연 중인 아저씨와 행인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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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잠깐 본 피렌체 대성당의 모습.

 

저녁놀이 비추는 대성당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감상은 내일로 미루고 아르노 강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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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푸블리카 광장에선 잔잔히 돌아가는 회전목마와, 그림을 파는 화가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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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가까워지자 석양의 흔적이 코앞에 보인다.

 

태양이 주황색 빛을 작열하며 저물고 있다.
강변에 삼삼오오 붙어 서서 풍경을 감상하고 있는 사람들.

 

석양이 물들인 베키오 다리의 모습. 

 

사실 엄청난 문화유산을 보는 것보다도, 이런 사소한 풍경들이

자신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여행에서 그보다 더 값진 경험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딱히 의도치 않게 마주친 이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풍경 속의, 강변에 지어진 가지각색의 건물들.

 

다리에서도 사람들이 서서 석양을 구경하고 있다.

 

이 모습을 계속 담아가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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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피렌체에 온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곳에 온 것은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앞으로의 여행이 쭉 오늘 같이 기분 좋은 일들만 있기만을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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