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15
로마 (Rome) -> 피렌체 (Firennze)
이른 새벽에 일어나, 씻고 바로 체크아웃을 하러 나왔다.
아서도 나갈 예정이라기에, 로비에서 앞으로의 일정에 대해 대화를 하다 서로를 배웅해주고 길을 나섰다.
먼 타지에서 처음 친해진 사람인 만큼, 내심 고마운 감정이 컸다.
여행의 첫 단추를 잘 꿴 느낌이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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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스를 타고 테르미니 역으로 향하는데, 알고보니 반대 방향으로 가는 버스를 탔다;;;;
덕분에 30분 가량을 낭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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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르미니 역의 모습. 전통적인 모습을 간직한 로마 속에서 내가 본 거의 유일하게 현대적인 건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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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출발까지는 약 두 시간 정도가 남았는데, 가방을 계속 메고 다니긴 무거워서 'Kibag'이란 역내 짐 보관소에 맡겼다.
크로스백 안에 지갑과 여권만 챙기고 나오니 뭔가 무방비해진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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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탈리아의 철도 회사 'Trenitalia'의 발권 기계들이 쭉 놓여져 있다.
국내 노선은 Italo와 Trenitalia가 전부인 듯 했다.
나한테는 비행기 티켓이나 기차표 등을 모으는 사소한 취미가 있는데,
피렌체행 티켓은 온라인으로 발권한지라 기계에서 실물 티켓을 뽑으려고 했다.
그런데..아무리 봐도 실물 티켓을 발권하는 방법을 찾을 수 없었다.
무슨 코드를 입력하라는데 내 이메일로 온 티켓엔 그런게 보이질 않고..
근처에 있던 직원한테 물어봤는데 모르는 눈치인 듯, 창구에 가보는게 좋겠다고 했다.
물어보고 난 사실인데 그 직원은 이탈로 직원이었다. 모르는게 당연했음;;
창구 여러개를 돌면서 안 사실은 결론적으로 실물 티켓을 발권할 수 없다는 거였다.
아무리 디지털 티켓이 편리하다고 해도 종이 티켓만의 아날로그 감성이 있는건데..
아쉽지만 어쩔수 없이 포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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샌드위치를 사서 늦은 아침을 때우고, 밖으로 나갔다간 괜히 땀범벅이 될까봐
시간도 남았겠다 여유롭게 역 내부를 구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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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게 뻗어져 있는 기차 플랫폼들.
한국에도 들어온 파이브가이즈. 열었으면 먹어보려 했는데 아쉽게도 영업은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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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출발까지 30분 정도 남았을 즈음, 미리 짐을 받으려고 보관소로 향했는데
이게 무슨.. 사람들이 줄을 엄청나게 서 있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캐리어를 가지고 있길래, 이건 짐을 맡기는 줄인가 보다 싶어서
짐을 찾는 줄을 찾으려고 둘러봤는데 아무리 봐도 줄이 하나밖에 없었다.
옆에서 돌아다니는 직원한테 물어보니
맡기고 찾는 줄은 구분 없이 한 줄에 서야 한단다.
????????
시간도 많이 남았기에 일단 줄을 서보는데, 출발 10분 전까지도 내 차례까진 아직 한참 남은 상황..
다급해진 나머지, 직원에게 기차 출발까지 얼마 남지 않았으니 먼저 짐을 받을 수 없겠냐 물어봤지만
직원은 난 모르는 일임 ㅇㅅㅇ를 시전하며 줄을 스킵하려면 무슨 멤버십?에 가입해야 한다고 했다.
근데 앞에 봐도 그 멤버십 줄도 한참이라, 그냥 줄을 포기하고 출구 쪽으로 뛰어들어가서
(짐을 찾는 창구 바로 옆이 출구로 이용되는 통로였음)
창구 직원한테 기차 시간 때문에 짐을 당장 찾을 수 없냐고 물어봤다.
근데 무슨 일인지, 줄을 서야된다 등의 말도 하지 않고 바로 짐을 찾아주었다.
내가 다급해보여서 그렇게 해준 건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런 걸 따질 새도 없이 가방을 메고 플랫폼까지 허겁지겁 뛰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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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에 도착하니, 시간이 정시였지만 아직 출발하지 않고 승객들이 탑승 중이었다.
땀이 줄줄 나는 상황에서 다행이다라는 생각과 함께 안도감이 밀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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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에 탑승해서 짐을 넣고 있는데, 땀에 젖어 낑낑대는 나를 보고
옆 좌석의 현지인 아주머니들이 물티슈를 건네 주셨다.
별것 아닌 작은 호의일지 몰라도, 나에게는 정말로 고맙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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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사소한 해프닝을 거치고, 기차는 피렌체를 향해 움직이기 시작했다.
이런 산과 밭의 풍경이 끝없이 이어졌다. 사진만 보면 한국과 크게 다를 바가 없는 것 같기도..
수많은 유적들만 보다 이런 자연을 마주하니 나름대로 새롭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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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한 시간 반 정도 후, 기차는 피렌체의 산타 마리아 노벨라 역에 도착했다.
확실히 전통적인 모습이 강한 로마보다는 피렌체는 상대적으로 현대적인 모습이었다.
사람들이 적진 않았지만, 붐비진 않고 오히려 한적한 느낌을 받았다.
여러모로 첫인상부터 로마와는 다른 분위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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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걸어서 도착한 호스텔의 입구.
체크인까지 한 시간 정도가 남아서 짐을 놔두고 호스텔 이곳 저곳을 둘러봤다.
원래 성당이었던 건물을 개조해서 만든 호스텔이라, 굉장히 규모가 넓었다.
호스텔 내부 벽면에도 벽화의 모습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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체크인 시간이 되어서 다시 카운터로 돌아가는데, 복도에서 어딘가 익숙한 사람을 마주쳤다.
로마의 호스텔에서 만났던 Mingjin이라는 친구였다.
피렌체에 간다는 건 알고 있었는데, 이렇게 같은 숙소에서 우연찮게 재회하니 반가웠다 ㅋㅋ
잠깐의 재회를 마치고 나는 다시 체크인을 하러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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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받은 방의 모습.
로마의 호스텔도 괜찮았지만 여긴 로마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넓었다.
방은 8인실이었지만, 중간에 벽이 두개가 있어 구분되어져 있어서 사실상의 4인실이었다.
화장실에서 첨에 저 비데를 보고 어디 쓰는 건지 몰라서 한참 이게 뭘까 생각했다.
가격이 1박 7만원 정도로 조금 비싸긴 했지만.. 시설이 좋아서 만족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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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5시쯤 저녁 먹을 겸 근처를 구경하러 나왔다.
호스텔은 아르노 강 바로 앞에 위치하고 있어서,
나오자마자 넓은 아르노 강의 풍경이 펼쳐지는 것이 너무 마음에 들었다.
날은 여전히 뜨겁긴 했지만 맑고 푸른 아르노 강을 따라 걷고 있으니,
어쩐지 덥다는 느낌은 들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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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산타 마리아 노벨라 성당 쪽으로 향했다.
성당이 열었으면 한번 들어가 보려 했으나.. 아쉽게도 입장 시간이 막 끝난 참이라 실패.
지금 당장 들어갈 필요는 없기 때문에 주변만 가볍게 둘러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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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더 걸어 도착한 곳은 피렌체 중앙시장.
가죽 시장을 지나서 보이는 높은 빨간색 건물에 중앙 시장이 위치해 있다.
건물 2층으로 올라가면 여러 소규모 식당들이 입점해 있다.
식당가는 중앙에 위치한 큰 바를 중심으로 식당들이 둘러싸고 있는 구조였다.
식당 같은 경우는 직접 가서 주문하고 음식을 받아와야 하고,
주류는 내가 앉은 자리에서 직원에게 주문을 하면 갖다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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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주문한 바베큐와 아페롤 스프리츠, 그리고 에일 하나.
사람들이 다들 똑같은 빨간색 칵테일을 마시길래 나도 따라서 시켜봤는데 왜 많이들 시키는지 알 것 같았다.
에일 맥주는 패션후르츠 맛이 났는데 크게 특별하진 않았다. 표면에 기린이 그려져 있는 것이 특이했음.
음식도 맛있고 활기찬 시장 분위기 안에 있으니, 칵테일 때문인진 몰라도 나도 덩달아 기분이 좋아졌다.
피렌체에서의 첫 식사를 잘 선택한 것 같아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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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겨운 중앙 시장의 분위기를 뒤로 하고, 기분 좋게 밖으로 나왔다.
선선한 바람도 불어와서 어딜 가든 상관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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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 거리를 나오면 넓은 광장이 위치해 있다.
한 아저씨가 길거리 공연을 막 시작한 참이길래 소화도 시킬 겸 나도 앉아서 보기 시작했다.
광장에 퍼지는 기타 소리와, 각자의 길을 걸어가는 여행객과 행인들의 모습, 그리고 그들이 나누는 사소한 얘깃소리들.
가만히 앉아서 그 모습 안을 감상하고 있자니, 그보다 더 기분이 좋을 수가 없었다.
점차 오렌지빛으로 물들어가는 도시의 모습은 덤이었다.
멍하니, 한참 동안이나 그 모습 속에 흠뻑 빠져 있다가, 이윽고 일어나 다시 길을 나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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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가 잠깐 본 피렌체 대성당의 모습.
저녁놀이 비추는 대성당의 모습은 정말 아름다웠지만, 감상은 내일로 미루고 아르노 강 쪽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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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푸블리카 광장에선 잔잔히 돌아가는 회전목마와, 그림을 파는 화가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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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가에 가까워지자 석양의 흔적이 코앞에 보인다.
석양이 물들인 베키오 다리의 모습.
사실 엄청난 문화유산을 보는 것보다도, 이런 사소한 풍경들이
자신의 마음에 울림을 줄 수 있다면
여행에서 그보다 더 값진 경험은 없을 것이다.
나 또한 딱히 의도치 않게 마주친 이 풍경에 눈을 뗄 수가 없었다.
다리에서도 사람들이 서서 석양을 구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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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 피렌체에 온 지 반나절도 지나지 않았지만, 이곳에 온 것은 정말 잘 한 선택이었다.
앞으로의 여행이 쭉 오늘 같이 기분 좋은 일들만 있기만을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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