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23 유럽 배낭여행

16. 베를린 #2 - Chain Reaction

saei joo 2023. 12. 11. 21: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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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07. 26

 

오늘은 베를린에 있는 주요 건축물들을 둘러보고자 했다.

특히나 기념관 같이 나치 독일 시기의 역사에 관해 알아볼 수 있는 장소가 많아보였는데,

독일은 과거 만행에 대해 지금까지도 꾸준히 반성을 해오는 나라인 만큼 더욱 기대가 되었다.

 

하루의 시작.

 

조금 걸어 먼저 브란덴부르크 문에 도착했다. 날씨가 선선해서 그런지 나와있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19세기에 지어졌음에도 그 위상은 여전하다. 베를린의 대표적인 랜드마크다운 모습이다.

 

 

구경을 좀 더 하다 근처에 있던 노점에서 커리부어스트를 사먹었다. 가격은 7.5 유로.

커리부어스트는 큼지막한 소세지에 캐첩과 커리 가루를 뿌린 음식인데,

인기가 많은지 다른 사람들도 사먹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음식을 노리는 참새

 

사람들이 앞에서 사진을 많이 찍고 갔다.

 

노점 옆에 있던 곰 조형물. 뭔진 모르지만 베를린을 대표하는 캐릭터 같은 느낌이다.

아침을 먹고 브란덴부르크 문을 통과해 다시 길을 걸어갔다.

 

 

바로 근처에 있는 오늘의 첫 목적지는 베를린 유대인 추모공원이다.

이렇게 수천개의 콘크리트로 된 비석들이 세워져 있다.

입구에서는 비석이 그리 높지 않지만 안으로 들어갈수록 비석의 크기가 높아져 주위를 둘러볼 수가 없는 구조이다.

그런 탓에 출구가 어디인지 가늠하기도 힘들고, 마치 미로나 외진 숲에 갇힌 느낌이 들었다.

이 공원의 설계 의도 또한 당시 탄압받던 유대인들의 심정을 반영하였다는데,

깜깜하고 절망적인 그들의 마음을 그대로 건축으로 옮겨 놓은 듯 했다.

 

 

공원을 나와서 지하에 있는 전시관으로 들어갔다. 

나치에 의해 희생당한 나라의 역사뿐만 아니라, 그 역사 속에 있었던 개인의 이야기까지 살볼 수 있었다.

 

나에게 특히나 더 감명깊게 다가왔던 부분은 나치에 의해 강제 이주를 당하고,

수용소에 갇히는 등 가족들과 떨어져 있는 상황에서 그들에게 희생자들이 쓴 편지를 전시해둔 공간이었는데, 

죽음을 목전에 둔 상황에 가족에게 보내는 몇 줄의 편지에서

그들이 느꼈을 절망스러움과 비통이 고스란히 전해져 오는 듯 했다.

 

현대를 살아가는 나로써는 그들의 정확한 감정을 짐작조차 할 수도 없지만,

그럼에도 희생자들이 가족을 위해 죽음 직전에 남겼을 편지를 보니 어딘가 마음 한 구석이 먹먹해져왔다.

 

편지가 이런 형식으로 부연 설명과 함꼐 나열되어 있었다.

 

 

나치에 의해 희생당한 피해자들의 수를 나라별로, 그리고 지도에 시각해놓았다.

전시관 안에는 나이가 있는 사람들 말고도 나처럼 다소 젊은 사람들도 많았는데, 이렇게 도시 한가운데에 추모공원을 조성해서 전쟁을 겪지 않은 신세대에게 과거의 잘못에 대한 교훈을 이끌어내는 취지 참 좋다고 느꼈다.

 

 

공원을 나와 포츠담 광장에 도착했다. 이곳에는 과거 분단 시절을 상징하는 베를린 장벽의 일부가 전시되어 있다.

 

 

그 앞에 떨어져 있던 프라이드 행사 포스터.

프라하에서 만난 영국인 아저씨가 베를린에서 한 프라이드 행사가 정말 재밌다고 했었는데, 아쉽게도...? 끝난 모양.

 

 

포츠담 광장에 세워져 있는 신호등. 세계 최초의 교차로 신호등으로 유명하다는데 사실 별 건 없다.

 

 

포츠담 광장 지하철역. 뭔가 지하철역임에도 웅장해보임..

 

'Mall of Berlin'의 모습.

점심을 먹으려고 거리를 둘러보던 중에, 갑자기 비가 내리는 바람에 근처에 있는 쇼핑센터로 뛰어 들어갔다.

 

카레와 푸드코트 옆에 있었던 놀이기구..? 좀 재밌어 보였다.

 

다른데는 자리가 없어서 어쩔수 없이 카레를 먹었다.

맛은 괜찮았지만 저 부슬부슬 거리는 밥은 언제 먹어도 내 취향은 아니다.

날씨도 살짝 추워지는 모양이라 반팔로는 좀 추워서 점심을 먹고 SPA 매장을 둘러보다 청자켓 하나를 샀다. 

 

 

 

쉬면서 구글 맵을 보다가 근처에 북한 대사관이 있어서 리뷰를 몇개 봤는데,

당연하지만.. 대부분이 북한을 까는 내용이었다.

한번 가볼까 고민을 했는데 어쩐지 조금 겁이 나서 가진 않았다. 사진도 못찍을거 같기도 하고..

 

 

몰에서 나와 걸어가는 중. 여기도 커리부어스트를 판다. 뮌헨에선 본 적이 없는데 베를린에선 정말 인기가 많은 듯.

 

 

다음으로 간 곳은 공포의 지형학(Topography of Terror)이다.

말만 들으면 이게 뭔가 싶지만, 예전 게슈타포 본부 앞에 세워진 전시공간으로, 나치의 만행에 대해 기록해 둔 곳이었다.

당시 상황을 담아낸 라디오 음성도 들을 수 있었는데, 여러모로 좋은 경험이었다.

 

벽 뒤에 새겨진 낙서들

 

이 때도 갑자기 비가 쏟아져서, 한동안 비를 피하려고 전시관 안에 들어가있었다..

덥지 않아서 좋긴 하지만 갑자기 비가 쏟아지는 건 정말 적응이 안된다.

여기 사람들은 그러려니 하고 그냥 맞거나 모자를 쓰고 다니던데, 우산은 정말로 잘 안쓰는 모양이다.

 

비가 그치고 나서야 다시 나올 수 있었다. 도중에 기념품 샵에서 본 소련..? 시절의 군수물자들.

아무리 봐도 그 당시에 만들어진 건 아닌거 같지만.. 그래도 아무래도 수요가 있으니까 파는 거겠지.

 

 

분단 시절 동베를린, 서베를린을 구분하던 검문소인 체크포인트 찰리에 도착했다.

지금은 이렇게 기념 사진을 촬영하는 곳으로 쓰이고 있다.

 

 

검문소 앞에 이렇게 앞뒤로 소련군과 미군의 사진이 게시되어 있다.

 

 

바로 옆에 있던 기념품 가게에 왔다. 허물어진 베를린 장벽의 돌을 파는 게 특징.

 

난 늘 그렇듯이 마그네틱 기념풍을 하나 사려고 보는데..

이 자갈만한 돌 하나 붙여놓은게 가격이 일반 자석보다 가격이 훨씬 높았다.

이렇게 조그마하게 잘라놓을 거면 더이상 의미가 없지 않나 하는 생각. 난 그냥 돌이 없는 걸로 샀다.

 

 

이렇게 아예 돌 부스러기를 담아두고 무게를 재서 팔기도 했다. 

 

 

브란덴부르크 문, 체크포인트 찰리 모형 기념품. 이건 좀 났다.

 

 

슬슬 배도 고프기도 하고, 짐도 놓아둘 겸 지하철을 타고 호스텔로 돌아갔다.

 

 

짐을 놓고 호스텔 근처 레스토랑에서 파스타를 먹었다.

근데 메뉴 잘못 보고 비건 버전으로 시켰다. 아오..

 

 

사실 오늘 계획한 곳은 다 가긴 했는데, 날씨도 좋고 곧바로 호스텔로 돌아가기는 조금 아쉬워서 산책을 하러 나섰다.

8시가 거의 되어가는 시각이지만 전혀 어둡지가 않다.

날씨도 화창하고, 바람도 선선하고 그냥 걸어가는데도 기분이 좋아지곤 했다.

 

 

약 12시간만에 돌아온 브란덴부르크 문. 반대편에서 햇빛을 받아 빛나는 모습에 아침과는 또 다른 멋이 있다.

 

 

문에서 나와 쭉 직진해 걸어가면 있는 전승기념탑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가는 도중 꽤나 큰 규모의 녹지가 조성되어 있다.

지도를 봤는데 이름은 티어가르텐이고 역시나 엄청나게 크다.

규모가 큰 만큼 안에서 휴식할 수 있는 공간도 충분히 있어 앉아서 쉬거나 산책하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조금만 안으로 들어오면 도시에 있다는 생각조차 들지 않을 만큼 나무로 무성했는데,

도시 한가운데에 이런 커다란 자연공원이 있다는 게 어쩐지 부럽기도 했다. 

 

 

전승기념관 앞에서 노래를 틀어두고 유산소 운동을 하는 사람들. 정확히 뭐라고 부르는지는 모르겠다.

 

 

아무튼 본래의 목적인 전승기념탑. 독일의 통일 기념으로 세워진 탑이라는데.. 횡단보도를 못찾아서 넘어가지는 못했다;;

석양이 비쳐서 그런가 뒤쪽으로 봐도 멋진 모습이다. 옥상층에 박이 입혀진 천사상이 꽤나 찬란하다.

 

다시 돌아가는 도중 아까 본 한 무리의 인파가 YMCA를 틀면서 뛰면서 지나갔다.

아까 그 사람들 같던데 운동 커뮤니티 같은게 아닌가 싶음.

그 밖에도 길에서 러닝을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이 보였다. 길이 잘 조성되어 있기도 하고 날씨가 좋아서 그런 듯 했다.

 

 

지나가면서 본 인상적인 건물들.

 

 

사진에 보이는 건물은 국회의사당이다. 중앙의 돔도 그렇고 우리나라의 국회와 모습이 비슷하다. 

잘 드러나진 않지만 국회 앞에 공원이 상당히 넓었는데, 산책 하러 나온 가족들도 있고 공놀이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Bundestag 역 앞에 있던 꽤 넓은 규모의 건물이다. 강가 쪽에 있기도 하고 근처에 앉아 있는 사람들도 많길래 

뮤지엄이나 극장 같은건가 싶었는데 찾아보니 국가수상부? 이런 국가 건물이었다.

 

 

건축의 건자도 모르긴 하지만 건물 외부 디자인이나 구조가 좀 창의적으로 느껴졌다. 

단순한 정부 청사긴 하지만.. 위치나 도시 풍경하고 어우러져서 조화롭게 보여져서 한편으로 감탄이 나오는 모습이었다.

 

 

그렇게 도시 구경을 하다가 어둑어둑해질 때쯤 호스텔로 돌아갔다.

 

사실 베를린에 가보고 싶은 명소들은 많았지만, 그냥 일반 거리를 거니는 것만으로도 연신 감탄을 하게 될줄은 몰랐다.

 

저녁 전까지 가본 브란덴부르크 문, 추모공원, 체크포인트 찰리 등 많은 명소들 뿐만 아니라,

함께 도로에서 러닝하는 사람들, 잔잔한 강가와 그 앞에서 앉아 도란도란 쉬는 사람들, 그리고 멋진 건물들. 모

든 것이 마치 원래 그랬다는 듯 조화를 이루는 것처럼 보였다.

 

혼자 다녔기에 이 풍경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들진 못한 것 같아 잔여물이 된 아쉬움은 있었지만, 그래도 오늘 조금이나마 이 안에 속해볼 수는 있었던 것 같아 한껏 기분이 좋아진 상태로 하루를 마무리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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