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 07. 28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리 챙겨둔 가방을 메고 호스텔을 나섰다.
며칠 전처럼, 프리드리히슈트라세 역으로 가서 기차를 갈아타고 중앙역으로 향했다.

역 안에 빵가게가 있길래 와플을 하나 사서 기차 안에서 먹었다. 유럽엔 이렇게 빵가게가 도처에 널려 있어서 좋다.

베를린 역에 도착. 아래에서 5번째에 보이는 기차를 타야 된다.
조금 일찍 점심을 먹을까 했지만, 기차 시간도 얼마 안남았고 짐 보관도 마땅치 않아서 그냥 벤치에 앉아서 기다렸다.
아무튼 무난히 기차에 타서, 노래를 들으면서 멍하니 가고 있는데, 어느 순간 역에 멈춘 기차가 출발하지를 않았다.
그 전에도 역에서 몇 분 정도 기다리는 것은 예사였기 때문에 그러려니 했는데,
시간이 10분, 20분, .. 늘어나더니 약 1시간 정도를 멈춰선 이후에 다시 출발했다.
중간에 내가 설마 기차를 잘못 탄건가? 하고 좌석도 확인하고 예매 내역 노선도 확인해봤는데
다행히 내 실수는 전혀 아니었고 그냥 기차가 연착된 거였다.
그런데 가는 중간에도 기차가 거의 멈춰선거나 다름없는 속도로 조금씩 가는 일도 있었다.
뿐만 아니라 본래 가야할 노선이 아니라 다른 역을 경유해서 빙 돌아가는 바람에
예정 시간보다 두세시간이나 늦어서 도착할 것 같았다.

직원들도 보이질 않고, 인터넷에서 찾아보니 선로가 파괴되어서 이런 사태가 발생한 것이었다.
원인은 무슨 컨테이너가 충돌했다던가 하는 이유.
정말 답답해 죽을 노릇이었다. 점심 전에 출발했는데 저녁 때 다 되어서 도착하게 생겼으니..
심지어 내 근처에 앉은 사람들은 프랑크푸르트 공항에서 비행기를 타야 하는 모양인지, 훨씬 초조해보였다.




그렇게 별 일을 다 거친 후에 프랑크푸르트 중앙역에 들어가길래 슬슬 짐을 챙겨서 문 앞에서 대기했다.
하지만 그런 와중에도 역 측에서 무슨 안내가 있었던 것인지, 이렇게 역 코앞에서 거의 이삼십분 정도를 멈춰있었다.

그렇게 우여곡절 끝에 드디어 프랑크푸르트에 발을 내딛었다. 아무것도 안했는데 피곤이 몰려온다.
사실 프랑크푸르트는 이전 글에서도 나와있듯 급하게 예약한지라 도시 관광보다는 쉬다 가자는 생각이 강했다.
그래서 숙소도 일부러 호스텔로 잡지 않고 호텔로 잡았고 (물론 저가형 비지니스 호텔이긴 하지만)
푹 쉬고 파리로 넘어가자는 생각이 있었는데
이렇게 꼼짝없이 기차에 갇혀있다 나올줄은.. 고작 두세시간 차이긴 하지만 체감은 훨씬 길었다.
아무튼 피곤한 몸을 이끌고 역 바로 앞의 호텔로 도착.
문을 열고 들어가니 지배인처럼 보이는 나이든 직원분이 안내문을 주고 객실 서비스에 대해 이리저리 설명을 해줬다.
크게 특별할 내용은 없긴 했지만 그래도 호텔이라 그런지 나름대로의 대접이 있는 듯.


호텔 내부 객실의 모습. 조금 낡긴 했지만 정리가 잘 되어있고 깨끗해서 쾌적하다.
유럽에 도착한 이후로 계속 호스텔에서 자다가 호텔에서 나 혼자 객실을 쓰니 그제서야 마음이 좀 편안해졌다.
물론 호스텔도 참 좋았지만, 그래도 그동안 혼자만의 적막을 즐길 수가 없었기에..
저녁으론 한국에서 챙겨온 컵라면을 먹으면서 티비를 봤다.
언젠가 한번은 라면이 그리울 때가 있을 것 같아서 미리 챙겨왔는데, 먹으면서 챙겨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티비는 볼만한 채널이 있나 쭉 돌려보긴 했지만.. 딱히 그런건 없었다.
그렇게 호텔 객실에서 쭉 쉬면서 하루가 지나갔다.
내일은 프랑크푸르트를 구경할 수 있는 유일한 날인 만큼, 여러 군데에 다녀와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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