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소라닌, 잊지 못할 청춘의 불꽃

saei joo 2023. 11. 26. 2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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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미루고 미룬 <소라닌>을 봤다. 몇달 전에 유튜브에서 우연히 소라닌 영화 클립을 봤는데, 직관적으론 노래가 좋았고 배우가 예뻐서 기억에 남았다. 그래서 조금 찾아봤는데 대학생, 밴드, 공연... 이런 키워드는 가슴을 뛰게 하는 요소이기 때문에, 보려고 생각을 했었다. 사실 영화 자체는 그리 잘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아니, 그것보다는 근본적으로 내가 공감이 안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곰곰히 생각해보니, 나도 그런 류의 영화를 좋아했었다. 영화를 많이 보는 편은 아니었지만 2018년에 개봉한 <너의 췌장을 먹고 싶어>는 정말 좋았다. 일본, 학교, 청춘, 이런 요소들은 분명히 참 좋아했었다. 그런데 이상하게 그런 요소의 총체라 할 수 있는 소라닌을 봤는데, 오히려 영화 클립만 봤을 때마다 감흥이 떨어졌다. 분명히 유튜브 클립으로 봤을땐 내가 참 좋아하는 영화일거라 생각했는데.. 영화를 다 본 후 나는 조금 울적해졌다. <소라닌> 인물들의 과거 찬란한 추억이었던 대학교에 들어갔음에도 어쩔 수 없이 격리상황에 들어가, 내가 이전까지 좋아하던 것들을 잃어버렸음을 이제야 막 깨달았기 때문이다.
 

영화 리뷰

공감이 되지 않는다는 문제는 제쳐두고, 영화에 대한 평을 써보겠다. 영화 초반부 메이코는 별볼일없는 사무직에 종사하다가, 그리 좋지 않은 회사 대우와 타네다의 한마디에 회사를 그만둔다. 타네다 또한 아르바이트만 하며 밴드 활동을 틈틈히 하고 있었다. 메이코는, 타네다의 아직 식지 않은 열정이 눈에 밟혔는지 초반 타네다가 그랬던 것처럼 아르바이트를 그만 둬도 괜찮다고 말한다. 여기서 두 연인은 서로가 직장을 그만두었다고 할 때 놀란 반응을 보이지만, 마찬가지로 둘 다 너무나도 낙천적인 태도를 보인다.
 
이후 타네다, 빌리, 가토의 밴드인 "로티"는 곡 소라닌의 녹음에 들어가고, 여러 회사에 데모 CD를 보낸다. 성공적으로 작업을 끝마친 밴드원들은, 늦은 밤 해변가에서 폭죽놀이를 하며 간소한 축제를 벌인다. 이 장면에서 메이코의 나레이션이 나오듯, 밝게 웃는 그들의 모습은 빛났지만, 결코 희망차지는 않았다. 현실의 모든 것을 내려놓고, 아직 남아있는 꿈 한켠을 비집고 들어가는 듯 했다.
 
밝은 폭죽의 불꽃과는 달리, 다가온 현실은 차가웠다. 대형 기획사에서 연락이 왔지만, 이는 한 그라비아 모델의 가수 데뷔 백밴드에 대한 제의였고, 모두가 당황스러워 하며 거절한다. 이 연락을 취한 담당자는 타네다의 고등학교 시절 우상이었던 밴드의 멤버였고, 반발한 타네다에게 현실을 보라는 냉랭한 대답을 남긴다. 이후 다른 곳에서는 아무런 연락도 오지 않는다. 타네다와 메이코는 나들이를 나갔다가 강에서 배를 타며 말다툼을 한다. 잠깐 바람이 불어 물에 빠지는 해프닝에서는, 결국 꿈을 쫓았던 두 연인의 절망이 나타난다. 타네다는 어쩔 수 없이 현실로 돌아가는 방법을 택하고, 모든 것이 예전처럼 돌아가는 듯 했으나 타네다는 뜬금없이 교통사고로 사망한다.
 
타네다를 잃은 메이코는, 타네다의 모든 것이었던 밴드 활동을 대신하기로 마음먹고, 아직 학교에 남아 있던 가토의 후배에게 제의가 들어와 무대에 서게 된다. 로티의 마지막 라이브, 마지막 곡 소라닌이 시작하기 전 타네다의 우상이었던 담당자(이름을 까먹음)가 어떻게 알았는지 무대를 보러 온다. 이후 밴드는 영화 초반부부터 타네다가 쓰던 곡인 '소라닌'의 연주를 시작하고, 메이코가 타네다와 함께 살던 맨션을 나와 이사를 가는 것으로 영화는 막을 내린다. 
 

감상평

개인적으로 난 마지막 장면과, 소라닌의 가사가 참 마음에 들었다.

서로의 오해는 하늘의 저편으로
인생은 이별의 연속인가
희미한 미래가 보이는듯 했지만
어느새 안녕이라네

예전에 우리가 살던 그 작은방엔
지금은 다른 누군가가 살고 있겠지
상처가 되었던 너의 말들도
무의미한것 같았던 하루하루도
그때 이렇게 하고 있으면 그때 그날로 돌아갈수 있다면
그시절의 나로는 영원히 돌아갈 수 없겠지
만약 느긋한 행복이
영원히 계속 된다면
나쁜 씨앗이 싹을 틔워
이별을 맞게 되겠지

추운 겨울의 차가운 캔커피와
무지개 빛깔의 긴 머플러
종종걸음으로 골목길을 빠져나가며
기억을 떠올려 본다
만약 느긋한 행복이
영원히 계속 된다면
나쁜 씨앗이 싹을 틔워
이별을 맞게 되겠지

되겠지

되겠지

되겠지

이별 그것도 나쁘진 않지

어디서든 잘 지내길...

안녕 나도 잘 견뎌볼게

안녕 꼭 그렇게 해 

가사의 내용은 예전에 좋았던 행복, 기억들은 분명히 좋았지만, 그 때의 우리들은 더이상 없다. 결국 나아가지 않는다면 이별하게 된다.. 이런 의미라고 생각한다. 소라닌은 감자싹에 있는 독을 뜻한다. 감자를 깎지 않고 계속 보관만 한다면 감자싹이 피어나 먹을 수 없게 된다. 영화에서도 초반부에 메이코의 친가에서 감자를 산더미로 보내온다. 그러나 타네다의 실종에 밴드 멤버들이 집에 문안을 와 요리를 해주는 장면에서 감자는 그 새 싹이 피어버렸다. 메이코와 타네다 또한 꿈인 밴드 활동을 하던 동안 추억 속에 머무르다 결국 헤어지게 되었다. 이 가사는 영화 마지막 장면에서 나오듯 타네다와 메이코의 관계로 해석할 수도 있지만, 타네다가 자신의 꿈인 음악에 대해 자조적인 종지부를 찍는 것이 아닌가, 이 노래를 통해 밴드에게 영원한 고별을 선사하는 것이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타네다와 메이코는 작중에서 현실을 내버려 둔 채 방황한다. 그들은 자신들의 찬란했던 청춘이 담긴 밴드 활동을 이어나가지만, 결국 현실의 벽에 부딪힌다. 사실 영화를 보면서, 너무나도 낙천적인 두 연인의 모습을 보며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러한 일련의 방황들이 결국은 타오르는 마지막 청춘의 의미라고 생각은 들었다. 물론 너무 앞을 보지 않고 행동하는 타네다의 행동은 조금 이해가 안 되긴 했다 ㅎㅎ;
 

개인적인 감상

앞에서도 말했듯이 소라닌을 보고 가장 먼저 든 감정은 영화에 대한 것보다도, 너무 변해버린 나 자신에 대한 거리감이었다. 예전의 나는 책 읽는 걸 좋아하고 저런 청춘물이 가슴에 잘 와닿던 평범한 학생이었는데, 사회적 상황으로 인해 영화에서 나온 것처럼 대학 생활을 즐겨볼 기회가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이러한 영화가 무미건조하게 다가오는 것에 대해 조금 당황스러웠다. 상황이 개선될 여지가 없어 울적하지만, 책이나 영화라도 더 보고 감정을 되살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ㅋㅋㅋ...
언젠가 소라닌을 다시 본다면, 지금처럼 혼자가 아니라 내가 쌓아온 청춘과 함께 다시 이 영화를 느끼고 싶다. ^_^6

주인공 메이코의 모습. (배우 미야자키 아오이)

https://www.youtube.com/watch?v=FWdfOTvAggU

<소라닌>의 라이브를 마치 실제 공연처럼 객석에서 찍은 영상이다. 물론 음원은 동일함 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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