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트레인스포팅, 이기 팝에서 언더월드까지.

saei joo 2023. 11. 26. 2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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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기 전에

두번째 영화 리뷰다. 원래는 시간이 남으면 쓰려고 했는데, 지금 너무 잠이 안와서 그냥 지금 쓴다.
트레인스포팅에 대해 처음 알게 된건 아마 3년, 혹은 2년 전이었다.
나의 대부분의 조우가 그러하듯.. 유튜브 영상으로 처음 봤다.
https://www.youtube.com/watch?v=N3oCS85HvpY 

유튜브 'i'm cyborg but that's ok'가 만든,' 픽시즈의 'Where is My Mind?'를 트레인스포팅의 장면에 삽입한 영상이다. 더 찾아보기 전까진 노래가 너무 잘 어울려서 영화 삽입곡인줄 알았다. 열아홉살의 나는 수능이 끝나면 볼 영화들을 메모해두곤 했는데, 이 영화도 그중 하나이다. 트레인스포팅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지만, 이 영상만 보고 완전히 꽂혔던 것 같다. (물론 메모한 영화들은 대부분 보지 않았음..;>;)) 결국 스물한살이 되어서야 이 영화를 보았다.
아, 또 한가지 생각난게 있는데 스무살때 동아리에서 음감회를 했었다. 물론 방구석에서 이어폰 끼고 노트북으로 듣는 음감회였지만.. 아무튼 플레이리스트 중에 마지막 곡이 'Underworld - Born Slippy'였다. 그 곡이 너무 마음에 들었는데, 그게 트레인스포팅의 삽입곡이라는 거였다. 그래서 한참 동안 잊고 있었던 이 영화를 다시 찾아보게 된 계기가 되었다.
내가 생각했던 방향? 장르?에 딱 부합하는 영화는 아니었지만 나름대로 재미있었다.

영화 리뷰

주인공 랜튼의 나레이션과 함께 이기 팝(Iggy Pop)의 'Lust for Life'가 울려퍼지며 영화는 시작한다. 주인공과 친구들은 몰려다니며 하루하루를 의미없게 보낸다. 이들 일행은 주인공 '랜튼', '스퍼드', '식보이', '벡비', '토미'다. 이중 랜튼, 스퍼드, 식보이는 헤로인 중독자들로, 늘상 집에 모여서 헤로인을 주사한다. 토미는 이들과는 달리 나름대로 마약은 하지 않는다. 벡비 또한 마약은 하지 않지만, 술집에서 일부러 싸움을 걸고 이를 즐기는 이상하게 광기어린 모습을 보인다. 
 
랜튼, 스퍼드, 식보이는 마약을 끊기로 결심하지만, 이는 오히려 이들 일행에게 이상한 일들을 불러온다. 스퍼드는 면접에 마약을 한 채 들어가 횡설수설한다. 랜튼은 몰래 가져온 토미와 여자친구의 섹스 테이프를 보다가, 돌발적으로 클럽에 가 거기서 만난 다이앤과 섹스를 한다. 그러나 다이앤은 사실 중학생이었고, 다이앤의 협박에 어쩔 수 없이 사귀게 된다. 스퍼드 또한 여자친구의 집에서 그녀와 섹스를 하지만, 아침에 일어나보니 이불에 설사를 해버리고 말았다. 결국 그녀의 가족들이 아침식사를 하는 도중 이불을 치우려 하지만.. 여자친구의 어머니와 이불을 가지고 실랑이를 하다가 배설물이 식탁으로 튀어버리는 코믹한 장면도 나온다. 
 
이후 토미는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이들은 다시 헤로인을 하기로 결정한다. 여기서부터 생각없이 전전하던 랜튼 일행에게 균열이 나타나기 시작한다. 먼저 토미는 여자친구와 헤어진 충격으로 헤로인을 시작한다. 계속해서 마약을 하던 나날이었지만, 어느 날 식보이의 여자친구(이름은 까먹음)의 아기가 죽고 만다. 집 바닥에 떨어진 마약을 주워먹고 죽은 것이었다. 일행 전체는 그럼에도 충격을 잊기 위해 여전히 헤로인을 맞는다. 이후 길에서 도둑질을 하다 걸려서 도망치게 되는데, 랜튼은 벗어났지만 스퍼드는 붙잡히고 만다. (영화 초반부의 장면도 이 도망치는 장면이다)
 
스퍼드는 징역살이를 하게 되고, 랜튼은 마약 재활 프로그램을 듣게 된다. 그러나 랜튼은 유혹을 참지 못하고 대량의 헤로인을 투여했다가 병원으로 실려간다. 이후 마약을 이겨내고자 부모님에 의해 랜튼은 집에서 감금된다. 이때 거의 미쳐버린 랜튼에게 여러가지 환각이 보이는데, 죽은 식보이의 아기, 마약을 하다 에이즈에 감염된 토미, 스퍼드, 다이앤 등등이 나온다. 개인적으로는 방 안에서 환각을 보는 듯한 이 부분의 연출이 흥미로웠다. 
 
이후 랜튼은 토미에게 찾아가고, 토미는 실제로 에이즈에 걸려(환각이 예지라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그냥 혼재되어 연출한듯) 폐인 상태로 마약만 하고 있었다. 이후 현실에 염증을 느낀 랜튼은 집에 찾아온 다이앤의 충고를 듣고 부동산 중개인으로 취업한다. 열심히 혼자 일하고 있는 랜튼은 다이앤에게 편지로 이들 일행의 근황을 듣는데, 강도 혐의로 수배중이라던 벡비가 때마침 집에 찾아온 것이다. 새 삶을 시작하고자 한 랜튼의 결심은 벡비가 눌러앉으며, 그리고 마약 거래상으로 전락한 식보이마저 집에 들어오면서 무너지고 만다.
 
이후 결국 에이즈로 사망한 토미의 장례식에서, 식보이는 마약 밀거래로 한탕 땡길수 있다며 랜튼, 벡비, 스퍼드를 포섭한다. 랜튼은 안정적인 삶을 방해받기 싫었지만, 이번이 마지막이라며 동참한다. 이후 성공적으로 큰 돈을 거머쥐게 되고, 이들은 일단 술집에서 축배를 든다. 그러나 벡비는 도발적인 성질을 버리지 못하고 칼부림을 부리다 이를 말리던 스퍼드의 손을 베어 버린다. 한결같은 이들의 모습에 질린 랜튼은 더이상 어울리기 싫었던 나머지, 밤에 몰래 돈을 들고 도망간다. 이후 도망가는 랜튼의 모습을 배경으로 나레이션이 나오며, 'Underworld'의 'Born Slippy'가 배경에 깔리면서 영화는 끝난다. 

감상평

이 영화는 짧게 말하자면, 80년대 후반 하류층 젊은이들이 벌이는 촌극이다. 영화를 보기 전 트레인스포팅이 엄청난 깊이를 가진 작품이라고 생각했었는데(왜인지는 모르겠음), 그런 류의 작품은 아니었지만 잘 만든 영화라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트레인스포팅을 접한 계기가 노래여서 그런지, 배경에 나오는 음악들이 가장 인상깊었다. 오프닝과 엔딩 씬을 대조해보면 흥미로운 점들이 많은데, 먼저 에든버러의 노후한 시내를 뛰어다니면서 울려퍼지는 구세대들의 우상 이기 팝, 그리고 계속해서 마약이나 맞던 랜튼 일행과는 달리 변화한 에든버러의 모습과 그를 대변하는 떠오르는 UK 일렉트로니카인 언더월드. 엔딩에서 오프닝이 대조되는게 참 기억에 남았다. 
 
엔딩에서 랜튼은 '이번이 마지막이고, 나는 앞으로 변화할 것이다.'라고 되뇌이지만, 과연 랜튼이 변화할까? 랜튼은 작중에서 계속 저러한 태도를 보여왔지만, 금새 실패하고 마약이나 하던 원래 삶으로 돌아갔다. 다이앤이 작중에서 계속 그대로인 랜튼에게 말하듯 음악도 변하고, 마약도 변하고, 모든 것이 변한다. 그러나 하위 계층 젊은이들을 나타내는 랜튼은 자신 또한 변화하려고 노력하지만 때론 실패하고, 때론 자신이 스스로 돌아간다. 이러한 과정이 안타까운지 해학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개인적인 감상

사실, 자꾸 '사실'이라는 단어로 문장을 시작하는 것은 끔찍한데, 그럼에도 사실 이러한 랜튼 일행의 모습에 크게 몰입이 되진 않았다. 내가 조금 중점적으로 본 부분은 시대의 격변, 그러나 여전한 랜튼 일행의 모습의 대조였다. 랜튼 일행의 세세한 행동들, 이를테면 하루종일 헤로인을 한다던지 도둑질을 한다던지.. 익숙한 내용은 아니었다. 영화라는 시각 매체로 저런 마이너한 영국 문화를 접하니까 음악과는 달리 잘 들어오진 않았다. 물론 그럼에도 삽입곡들은 굉장히 좋다. 여담으로 리뷰를 다 썼는데도 아직도 잠이 안온다. 살려줘..
https://www.youtube.com/watch?v=iTFrCbQGyvM

Underworld - Born Slipp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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