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짧은 드라마는 처음부터 끝까지 아름답다. 내용은 단순히 한적한 마을에 사는 어린 친구들이 불꽃놀이를 옆에서 보면 모양이 어떨지에서 시작해, 그렇다할 결말은 맺지 않고 끝난다. 이 결말이 아리송하다고 별로 좋아하지 않을 사람들도 있을 것이다. 다만 중요한 것은 불꽃의 모양이 아니다. 그저 어릴 적에 있었던 우리들의 아름다운 추억과 불꽃놀이와 같은 사랑이다.
전형적인 청춘물과는 다르게, 이는 일종의 타임루프물이다. 묘사가 정확하게 나오지는 않지만 이 장치는 마치 무더운 여름날의 환상 같은 분위기와도 같은, 의외의 매력으로 작용한다.
유스케는 친구들과의 불꽃놀이를 보러 나즈나와의 약속을 저버린다. 그리고 우연찮게 엄마에게 끌려가는 나즈나를 본 노리미치와 그와 동시에 마주친 친구들, 노리미치는 분해하며 내가 아까 수영 시합에서 이겼으면 어땠을까, 하며 돌아서고 순간 시점은 승자가 노리미치로 바뀐 수영 시합의 순간으로 돌아간다. 이후 시점은 유스케와 친구들, 그리고 노리미치와 나즈나 이 두 시점으로 나뉘어 전개된다.
이 드라마는 명확하게 나눠진 구성을 가지고 있지는 않다. 최후반부를 제외하면 당장 제목에 나온 불꽃의 모양은 나오긴 커녕 불꽃놀이를 보는 정확한 장면조차도 없다. 유스케와 친구들은 불꽃놀이를 보러 떠나지만 기나긴 길을 걷느라 지쳐 서로 다투기만 할 뿐이고, 겨우 등대에 도착하지만 불꽃놀이는 시간이 늦어서 보지 못한다. 노리미치와 나즈나는 버스를 타고 근처 기차역까지 갔다 다시 학교 수영장으로 가는 엉뚱한 전개를 보여준다.
영화 최후반부에 나오는 불꽃놀이는 이런 여름날의 추억을 상징한다. 영화 내내 이어지던 의문인 그 모양이 동그랗던가 납작하던가는 전혀 중요치 않았다. 노리미치와 유스케, 그리고 친구들은 모양 따위는 신경쓰지 않은 채 불꽃놀이의 황홀경에 빠져든다. 마치 그것이 짧고 금세 흩어져 없어져 버리지만, 그럼에도 넋을 빼고 빠져들 정도로 아름다운 여름날의 추억인양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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